13일 오전 경기도청 5층 서희홀에서 열린 카카오, AI기반 디지털 허브 건립 투자협약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광덕 남양주시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이한준 LH사장이 협약서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가 국내 대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6000억 원 규모 AI 기반 디지털 허브(데이터센터)를 남양주 왕숙지구에 유치했다. 지난 13일 경기도와 남양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그리고 카카오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카카오와의 ‘AI 기반 디지털 허브 건립 투자협약식’이 열렸다. 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의 첫 대형 성과로 평가되며, 실무진의 전략적 대응과 경기도정 리더십이 함께 빛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4일 “김동연 지사가 카카오와 투자협약 체결 당시 ‘오늘은 아주 기쁜 날이다’며 실무진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유치는 북부대개조 프로젝트의 구상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라면서 기자들에게 카카오 데이터센터 유치 전 과정을 공개했다.
북부대개조 ‘실행 모드’ 돌입… 투자유치 실무진, 직접 판교행
이번 유치전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연 지사는 2024년 9월 11일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남양주 왕숙지구를 도시첨단 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활인프라 구축 ▲공공기관 이전 ▲교통망 확충 ▲투자유치 및 규제 개선 등 4대 분야가 중심이었다.
이 발표를 약 일주일 앞둔 2024년 9월 2일, 경기도 국제협력국 투자진흥과 소속 김순본 투자개발팀장과 김형진 주무관은 카카오 판교 본사를 찾았다. 이들은 2022년 10월 15일 발생한 SK 판교캠퍼스 화재 이후, 카카오가 자가 데이터센터 부지를 물색 중이라는 동향을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9월 11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
당시 타 지자체들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카카오 측은 판교 반경 50km 이내, 원활한 전력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이에 김 팀장은 남양주 왕숙지구를 적극 제안했다.
김 팀장은 ▲경기북부에 위치하면서도 판교와 가까운 지리적 조건 ▲왕숙지구 내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 ▲개발계획에 변전소 건립 포함 ▲김동연 지사가 직접 드라이브 중인 전략사업이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이에 카카오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경기도는 9월 6일 남양주시 부시장과 접촉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9월 9일에는 경기도 투자진흥과, 남양주시 전략산업과, 카카오 관계자가 함께 왕숙지구 부지를 둘러보는 ‘삼각 팸투어’가 이뤄졌다.
조건 충족 ‘속도전’… 협약까지 9개월, 착공은 내년 말
팸투어 직후 카카오 측은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전력확보, 둘째는 2026년 10월 착공 가능 여부였다. 이에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 LH 등 유관기관과 접촉해 긍정적 답변을 이끌었다.
13일 오전 경기도청 5층 서희홀에서 열린 카카오, AI기반 디지털 허브 건립 투자협약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이 과정은 박근균 경기도 국제협력국장을 통해 김동연 지사에게 그때그때 보고되었으며, 2025년 2월 5일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합동 투자전략 회의에서 카카오 유치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이후 카카오도 올해 4월 투자안을 확정했고, 마침내 6월 13일 공식 협약이 체결됐다. 협약에 따라 올해 4분기 부지계약이 체결되고, 2026년 4분기 착공, 2029년 2분기 준공이 목표다.
이번 카카오 데이터센터 유치는 경기북부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경기도에겐 값진 성과였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번 유치는 국제협력국이 출범 1년도 안 돼 6000억 원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상징적 사례”라며 “경기북부 대개조는 후퇴 없이 업그레이드하며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앞으로 산업단지 개발계획부터 도 승인, (왕숙) 도시첨단 산업단지 도 승인 등 많은 것들이 남아 있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시행 절차나 협의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손잡고 큰 역사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카카오의 담대한 통 큰 투자 결정 진심 감사하다. 큰 특혜를 드리는 놀라운 행정으로 화답하겠다”며 “김동연 지사님의 기대에 남양주시가 잘 하겠다.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지사님의 비전을 저희가 잘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국민 한 사람 당 하루 평균 200여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카카오에게는 데이터센터의 의미가 크다”며 “5000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데이터센터를 보면서 ‘저 센터를 통해 카카오톡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