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특별한 존재”...‘앤서니 브라운’ 전시가 전하는 메시지

험난한 세상 속에서 당신의 특별함을 일깨우는 전시...197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한국인들을 포함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화 작가가 있다. 바로 영국의 앤서니 브라운이다. 브라운의 책 속엔 자신의 경험이나 주위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독자들이 '나도 그랬는데!'라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그의 그림책이 주는 감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은 브라운의 그림책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해당 전시에는 1970~8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양하게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우리 아빠', '고릴라',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 '꿈꾸는 윌리', '숲 속으로',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매력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 흐름을 찬찬히 지켜보다 보면, 브라운의 그림책이 빛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 이유는 관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이다. 평범함에 익숙해져서, 혹은 일상에 적응해 버려서 별 거 아니라고 지나쳤던 관계와 감정들을 브라운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가족 시리즈가 그렇다. 앤서니 브라운은 2000년 '우리 아빠' 출간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우리 엄마', '우리 형', '넌 나의 우주야', '우리 할아버지' 등 총 다섯 권이다.

'우리 아빠'만 봐도 아이가 어떤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아빠는 집처럼 크고, 말처럼 밥도 많이 드시고, 늑대를 쫓아낼 만큼 용감하다. 무엇보다 아빠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라고 아이는 이야기한다. 평범하고 어쩌면 조금 무력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아이의 시선은 든든한 격려와 응원이 된다. 이렇게 브라운은 평범한 관계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한다.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다. 이 책은 다양한 민족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할아버지는 쪼글쪼글 주름이 많아서 공룡 같지만 자신은 공룡을 참 좋아한다는 아이의 말, 할아버지는 포근해서 자신의 곰인형처럼 안아주고 싶다는 말 등을 들어보면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존재다.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 작가의 그림 전시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위로와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시대에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부모가 아이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준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겪을 실망, 좌절, 슬픔의 제거는, 아이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사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아이에게 그런 적절한 감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다.

브라운의 책들 중에는 실망, 좌절, 슬픔, 공포, 변화 등을 담은 책들도 있다.

가장 최근 그림책인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엔 바쁜 엄마, 놀러간 형 마이크, 혼자 남아 쓸쓸한 동생 대니, 개 스크러피 등이 등장한다. 작품 속엔 형과 놀고 싶었지만 형이 친구들과 나가버려 실망한 동생의 심리가 푸른 바다와 맞물려 잘 표현돼 있다. 그리고 그 바다 산책에서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동생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스해진다.

그림책 '터널'에선 정반대 성격을 지닌 남매가 등장한다. 동생 로즈는 오빠를 따라 터널로 들어갔다가 돌로 변한 오빠를 발견하게 된다. 동생은 충격, 슬픔, 공포를 느끼게 되지만 따뜻한 포옹으로 오빠를 되찾는다. 너무 다른 성격에 싸울 때도 있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처럼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선 특별함을 건져내게 해주고, 막상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은 그림으로 따뜻하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독특하고 기발한 상징들이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돼지책' 속에 숨어 있는 돼지 이미지들이나, '우리 친구 하자' 속에 나오는 로빈 후드, 공 차는 산타 이미지 등이 그렇다. 이 밖에도 그의 다른 그림책 속에서 이런 톡톡 튀는 이미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찾아 읽는 재미도 있다.

그런 이미지들은 브라운의 스토리텔링에 더 맛있는 맛을 내주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전시는 오는 9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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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전시 '앤서니 브라운 :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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