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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을 한다고요?] 재생에너지, 에너지 안보와 생존의 전략

원유 시추 모습(자료사진) ⓒpixabay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도시와 핵·군사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했고, 이에 이란이 반격하면서 양국 간 무력 분쟁이 본격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는 배럴당 68.57달러에서 76.84달러까지 올라 12일 대비 12.1% 상승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6.9원 오르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친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6월 24일 기준 국제 유가는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급락했다. WTI는 전 거래일보다 5.33달러(7.2%) 하락한 배럴당 68.51달러, 브렌트유는 5.53달러(7.2%) 떨어진 배럴당 71.48달러로 마감되었다. 전쟁의 공포가 유가를 끌어올렸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가격은 빠르게 조정된 모습이다.

지정학적 충돌이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게 이는 곧바로 경제 충격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해외 정세 변화에 따라 에너지 가격의 급등락, 공급 차질, 관련 규제 강화 등이 발생하면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2022년 한 해 동안 에너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23년 기준 무려 93.9%에 달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9.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국 내 소비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석유 의존도는 2023년 기준 37.3%로, 1990년 대비 약 15% 하락하기는 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으로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 ⓒEG-TIPS 에너지온실가스종합정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이러한 수입 구조는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권식(2005)의 연구에 따르면1),  가격 기준의 유가 상승 충격은 경제성장을 위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반면, 유가 하락 충격은 거시경제 변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 상승 충격의 경우 경제성장 탄력성은 최대 -0.05%, 인플레이션 탄력성은 최대 0.081%로 분석되었으며, 이는 우리 경제가 유가 상승에 구조적으로 더 취약함을 보여준다. 또한 박의환(2025)에 따르면2), 국제유가가 오르고 난 약 2분기 후 한국의 GDP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반면, 유가가 내릴 때는 GDP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2023년 세계 에너지 트릴레마 지수에서 종합 점수 73.1점으로 126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며, ‘에너지 형평성’에서는 높은 점수(95.9점)를 받았지만, ‘에너지 안보’(62.2점)와 ‘환경적 지속가능성’(63.9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였다3). 형평성 지수는 에너지 가격 측면에서 개선이 있었지만, 접근성은 정체 상태이며, 에너지 안보 지수는 발전원 다양화에서 점수가 상승한 반면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환경 부문에서는 저탄소 발전의 비중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종 에너지 원단위 및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점수가 하락했다. 한국이 에너지 가격 및 접근성 면에서는 우수한 편이나,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환경적 전환 측면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93.9%에 달하는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높은 석유 의존 구조는 국제 정세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며, 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 제고와 탈탄소화 전략의 실질적 강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기후대응 수단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생산이 가능하고, 기술력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공급망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주권 확보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최근의 국제 정세와 맞물려 주요국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가속하는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에게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서유럽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렸던 동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급원 다각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하며 'RePower EU'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에너지 자립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해상 풍력발전 ⓒpixabay

이러한 흐름은 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의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연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역 기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앙 전력망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자립과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대규모 정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복구를 가능하게 한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기반 마련이 시급한 시점에서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환경적 선택지를 넘어 국가적 생존 전략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형 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필자주
1)김권식, &국제 유가충격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2005).
2)박의환, &국제유가가 GDP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 (2025).
3)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WEC의 2024년 트릴레마 지수 분석&,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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