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박스쿨 관계자와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학교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회동에서는 ‘학교급식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은 물론, 직영 무상급식을 외주화하는 ‘교육 바우처’ 도입과 같은 민감한 주제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전지역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준법투쟁을 겨냥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의 식사를 책임져 왔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건강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의 행사다. 그런데 이런 파업을 ‘공익 침해’로 규정하며, 급식실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겠다는 발상은 파업권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욱이 무상급식을 바우처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교육복지의 공공성을 해체하고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그 자체로 퇴행적이다. 급식의 공공 기반을 흔들고 외주화하는 방향은 결국 학생은 질 낮은 급식을 감수해야 하고, 학부모는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며,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장에선 ‘학부모’를 내세운 노조 공격 방식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4월 대전 둔산고 급식실 파업 당시 학부모 여론전을 주도했던 인물은 ‘미디어좋은교육’을 통해 급식 노동자를 공격하는 여론 형성에 관여했다. 그런데 이 매체가 리박스쿨 등 극우 교육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사실이라면, 노조 활동을 제약하려는 정치적 개입이 기획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리박스쿨은 오래전부터 노조 혐오 발언과 비정규직 무시로 논란을 빚어온 단체다. 이런 단체와 파업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국회의원이 함께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려는 극우단체의 민원을 여당 의원이 수용하고, 이를 정책으로 추진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이 같은 개입은 노동권을 보호해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탄압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조정훈 의원은 즉각 당시 회동의 구체적 경위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치권이 극우 성향 단체와 결탁해 노조를 적대하는 공조는, 민주적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고,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