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은 서울 종로 5가에 위치한 전통 재래시장이다. 1905년에 설립되어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내 최초의 사설 상설 시장이기도 하다. 인근 동대문 시장과 같이 직물, 의류가 발달한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리고 광장시장 맞은편에는 뮤지컬 '광장시장'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가 있다.
뮤지컬 ‘광장시장’은 그래서인지 실존하는 광장시장의 축소판처럼 다가온다. 시장은 양파 같은 면이 있다.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빈티지한 시장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구매자의 눈으로 보면 골목골목 보물이 숨어 있는 보물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시장은 생존의 현장이자 삶을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무대가 객석, 객석이 무대가 된 ‘광장시장’
<광장시장>이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버린 것은 관객들이 시장 사람들의 눈으로 이 작품을 보기를 바라서는 아닐까 싶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작품은 많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무대가 객석이고 객석이 무대가 됐다. 관객이 앉은 곳이 바로 광장시장 노점 밥집이다. 배우들은 관객 사이를 오가고 관객들은 실제 시장 속 손님이 되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감각할 수 있다.
공연장 벽면 중앙에는 자전거가 놓여 있다. 자전거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밥집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밥집 사이를 지나 시장 중앙 통로로 나오면 다시 미로 같은 시장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옷감을 파는 포목점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이것은 뮤지컬 ‘광장시장’에 들어서야 알 수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곳이 칼국숫집이고, 저곳이 포목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하기로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말이다.
두산인문극장2025, 뮤지컬 '광장시장'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광장시장 노점 밥집 ‘인천집’에는 밥을 배달하는 외국인 노동자 ‘아응’이 있다. 아응은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하지만 미얀마 민주화 항쟁으로 아버지가 희생되고, 꿈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진도의 대파밭, 목포의 식당 일을 거쳐 이곳 광장시장까지 오게 된 것이다.
사랑과 위로의 핵심 키워드 ‘밥’
시장은 파는 물건 가짓수만큼 다양한 삶이 공존한다. 아응의 밥집 사장 ‘오국자’는 고향을 떠나온 피난민이다. 칼국수 노점 ‘전주댁’ 할아버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안고 산다. 혼자인 아응에게 고봉밥을 내민 ‘덕자’도 광주로 유학 보낸 아들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잃었다. 시장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를 지켜준다. 그 핵심 키워드가 ‘광장시장’에서는 ‘밥’이다.
두산인문극장2025, 뮤지컬 '광장시장' 공연사진 ⓒ두산아트센터
한국인이게 밥은 단순히 끼니가 아니다. 자식에게 건네는 밥은 사랑이고, 친구와 함께 하는 밥은 안부이며, 힘든 이에게 내어주는 밥은 응원이자 위로이다. 아응에게 광장시장은 밥과 함께 꿈이 있는 곳이다. 장사를 하다가도 노래를 부르러 가는 오국자에게 노래는 꿈이다. 포목점 선생님도, 칼국숫집 할아버지도, 백반집 상식이도 밥에 용기와 사랑을 담아 아응의 꿈을 응원해 준다.
‘광장시장’은 위로와 용기를 준다. 흔하고 평범해 보일지라도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다. 이 작품은 밥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주함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결국, 두산아트센터 건너편 광장시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세상 인심이 각박하다지만 시장에는 아직까지 밥 인심이 남아 있어서이고, 또 다른 아응, 오국자, 덕자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뮤지컬 ‘광장시장’
공연 날짜 : 2025년 6월 17일(화) ~ 7월 5일(토) 공연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 시간 : 화~금 19시 30분/토, 일 15시 러닝 타임 : 100분 관람 연령 : 13세 이상 관람가 창작진 :작 윤미현/작곡, 음악감독 나실인/연출 이소영/미술감독, 무대, 조명 디자이너 여신동/자막 디자이너, 접근성 매니저 이청/의상 디자이너 오현희/안무 배유리/ 출연진 : 강정임, 박현철, 송석근, 윤현길, 이지현, 정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