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출규제는 맛보기 불과”하다는 이 대통령의 경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발표된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수요 억제 대책은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3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 심리를 뒤흔들 만한 무게를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역대급이라 평가된 '6·27 대출규제'를 ‘맛보기’로 규정한 대목은 투기 세력에게 보내는 단호한 경고이자 향후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주담대 6억원 한도 규제, 거주의무 부과 등 고강도 대책을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앞으로 훨씬 촘촘한 수요 억제책이 고강도로 준비되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신호를 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다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박스권에 갇힌 공시가격 정상화, 대폭 완화된 공정시장가액비율,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 등 유주택자 세금 완화 정책의 정상화는 필수적이다. 이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여러차례 강조한 소통과 타협,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대규모 신도시 추가는 없다”는 메시지가 주목된다. 균형발전·수도권 집중을 고려해 신도시 남발을 지양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응원한다. 발표된 3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정상화 등 기존 로드맵을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계획도 타당하다. 다만,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고밀화 언급은 우려스럽다. 대상 부지의 주택 가격 자극은 물론 기반시설 과부하,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은 더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묻지마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난개발을 지향하고 보다 세심한 정책 설계와 계획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생산적 투자 전환이라는 방향 자체는 옳다. 하지만 코스피 5천 시대가 곧 경제 체질 개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증권거래세는 대폭 낮추고, 대신 도입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한 것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정의의 원칙을 외면한다면, 자본시장 정상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맛보기” 발언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실제 강력한 정책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끊고, 보다 생산적인 투자 방향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남은 4년 11개월 동안 한결같은 분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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