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2025.07.04 ⓒ민중의소리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은 4일 "검찰이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지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지검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잘못 행동했던 봐주기 수사, 거짓말 이런 것에 대해 검찰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희 검찰이 지금까지 말을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할 때이기 때문에 실천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을 두고는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독재 정권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때보다는 지금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때 우리가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지금은 내란수괴로 조사를 받는 모습에 참담해 할 후배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것 같고, 그때 우리 검찰이 잘못 평가한 것이 아닌가 반성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지검장은 자신의 승진을 두고 일각에서 '정치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저를 바라보는 분들이 서 있는 곳에 따라 제 바탕색이 달라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10여 년 내부고발자 생활하면서 늘 익숙했던 일이라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진심은 앞으로 제 행동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거운 중책을 맡게 된 것이어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저는 기관장보다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검찰청 기조부장처럼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조금 더 바라기는 했었는데, 그것보다 여기가 더 무거운 자리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까지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던 임 지검장은 "앞으로 자문위원으로 제 목소리 고민을 담아내려고 한다"며 "(검찰개혁)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는 국정기획위에서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동부지검의 검찰권 행사 방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아직 검찰청법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한 후 "제가 일선에서 얼마 전까지 일하던 입장에서는, 예컨데 대전지검만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부터 월성원전 사건이나 통계조작 사건, 민주당 정부를 향한 표적 수사가 수년간 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일선 장기미제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사건 당사자들도 너무 답답해 하는 것으로 안다. 저 역시 민원인들한테 많은 소리를 들었다"며 "여기서는 그런 인지수사보다는 최대한 주어진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관행을 비판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임 지검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한직을 전전하다가 지난 1일 검사장으로 승진해 동부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임 지검장은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로 일하며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장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상부의 지시를 듣지 않고 무죄를 구형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일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가 2017년 징계 취소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2016년 '고소장 위조 검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표를 받아줬다며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을 고발하는 등 전·현직 검찰 수뇌부와 맞서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2021년에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하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