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강제 추방 정책에 대해 미국 가톨릭계 고위 성직자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교황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은 현지시간 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국경 통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DC 대교구장인 맥엘로이 추기경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시작과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미국 수도권 대교구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그는 5월 미국인 최초로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추기경의 선출 콘클라베에도 참여한 핵심 인물이다.
“이건 범죄자 추방이 아니라 공포 조장이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이 “도덕적으로 혐오스럽고 가톨릭 교리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남성, 여성, 아이들, 가족들이 무차별적으로 체포되고 쫓겨나고 있으며 이는 가족을 “의도적으로 찢어놓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정부가 교회·병원 등 민감한 장소에서의 체포 금지 정책을 철회한 점을 비판하며, “사람들이 이제는 교회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새 교황 레오 14세가 램스울 스톨과 어부의 반지를 착용한 교황 성장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AP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정부 요원들이 코스트코 주차장이나 세차장에까지 들이닥쳐 단속을 벌이는 등 “범죄자 추방이 아니라 단순한 이민자 색출을 위한 공포 조장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 희생시키는 법안은 정의 아니다”
맥엘로이 추기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세금·예산 법안인 ‘One, Big, Beautiful Bill’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법안이 “수백만 명의 건강보험을 박탈해 억만장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며 “가난한 이들에게서 빼앗아 부자에게 주는 사회는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국민은 워싱턴 대교구장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반박했다.
여성·이란 문제까지… “교회 개혁과 평화 위한 길 열어야”
이민 문제 외에도 맥엘로이 추기경은 교회 개혁과 국제 평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성이 참여하지 못하는 자리는 어디이며 왜 그런지 질문해야 한다”며 여성 부제 도입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교회 내부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이지만, 그는 “신학적으로도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서는 “이런 방식은 오히려 핵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며 “비확산 체제 유지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국인 최초의 교황이 된 레오 14세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그 순간은 미국 사회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