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첫 일정으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25.07.04 ⓒ민중의소리
김민석 국무총리가 4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철회를 요구하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 중인 농민단체를 찾았다. 국무총리 임명장을 받은 뒤 첫 일정인데, 통상 현충원부터 방문하던 관행을 깬 행보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농민의길 농성장을 찾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전여농) 등 8개 단체가 구성한 농민의길은 윤석열 정권 시절 농정을 이끈 송미령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이날로 닷새째 노숙 농성 중이다.
농민의길 대표자들은 송 장관 유임 결정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를 토해내면서, 과거 정부의 농업정책으로 파탄 난 농민의 현실에 대해 전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농민들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일례로, 농·어업에 대한 각종 정책 방향을 협의하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농민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의길 상임대표인 하원오 전농 의장은 “과거 농특위 선례를 보면, 정부가 ‘이런 사업을 하겠다’며 설명회 정도에 그쳐, 실제 농민들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설명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농민들이 참여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곡관리법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한 농업 4법에 대한 후퇴 없는 처리도 농민의길의 핵심 요구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첫 일정으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수첩에 적고 있다. 2025.07.04 ⓒ민중의소리
대표자들의 요구를 꼼꼼히 메모하며 듣던 김 총리는 송 장관 유임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송 장관을 유임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 통합 등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다만, 김 총리는 “국민 주권 정부는 농민 주권 정부이기도 하다. 우리가 함께 논의했던 과정, 남태령에서 함께했던 과정, 농업 4법이라고 하는 그 법을 만들었던 과정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우리가 준비하고 추진하고 함께해 왔던 것으로 결국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기술적으로 일부 조정을 할지는 몰라도, 큰 방향에서의 훼손이나 역진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 장관에 대해서도 “앞으로 왜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오는지 이해하고 표현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송 장관을) 만나게 되면 앞으로 거취 문제와 상관없이 말씀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농민의길은 김 총리가 취임 첫날인 점을 고려한 최소한의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2주 안에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농민들 대상으로 한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다.
김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적극 호응했다. 김 총리는 “총리 공관으로 초대해도 좋고, 청사 집무실로 초대해도 좋고, 차 한잔하면서 얘기를 한 번 더 하자”며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 생기면 반드시 농민들과의 대화가 우선순위에 들어가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제안해 주신) 두 가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2+1으로, 세종에 가서 일주일 있는 사이 ‘정부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 괜찮은 생각을 했네’라는 것을 하나 제가 찾아서 만들어 볼 것”이라며 “그동안 대화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하다는 표현이든, 앞으로 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국회를 존중해 거부권 없이 더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표현과 의지든, 총리가 다양한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든, 2+1으로 하겠다”고 진전된 제안을 꺼냈다.
끝으로 김 총리는 “제가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이유는 가급적 고생의 시간을 줄여주시면 좋겠다”며 “남태령을 넘느라고 그 고생을 한 걸 저희가 아는데, 죄송하다”고 노숙 농성 해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농민의길은 향후 농성 계획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는 대통령실 이영수 농림축산비서관도 함께해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첫 일정으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결정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등 농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07.04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