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도덕적 해이? 빚탕감 기대하고 신불자로 7년 살 수 있나”

충청 타운홀미팅...‘악성채무 해소 방안’, ‘과학기술 발전 방향’ 토론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에서 듣다,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7.04. ⓒ뉴시스

"내가 갚을 능력이 되는데 7년이 지나면 빚을 탕감해줄지 모르니, 신용불량자로 7년을 살아 보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민생안정 차원에서 빚을 갚지 못해 이자에 허덕이는 취약차주의 부채를 탕감해 주기로 한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론'이 고개를 들자 이같이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충청의 마음을 듣다' 행사를 열고 채무를 탕감해주는 정책이 왜 필요한지 조목조목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토론과 질문을 하는 타운홀 미팅 형태로 해법을 찾는 국민소통 행보 2탄"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군 공항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호남 지역을 찾아 타운홀 미팅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충청지역의 타운홀미팅의 주제 중 하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악성채무 해소 방안'이다. 정부는 민생안정 차원에서 7년 이상 5천만원 이하로 연체된 113만명의 16조원 규모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장기 연체 채무를 탕감해주자고 하니 '도덕적 해이 불러오는 거 아니냐, 그러면 누가 갚겠냐', '나도 앞으로 안 갚을래' 하면서 이거 문제 있다는 주장도 있다. 거기에 동의하는 국민이 여론조사상으로 보면 더 많으신 거 같다"며 "그런 문제에 대해 토론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지역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중한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권자 입장에선 "국가의 명령에 의해 아무런 보상도 없이 손해를 봐야만 하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왜 정부가 나서서 내가 개인적으로 빚을 받아야 하는데 채무 조정이니 파산이니 마음대로 결정해서 채권 1000만원을 200만원으로 깎느냐는 것"이라며 "맞는 말"이라고 일단 공감을 표했다. 다만 "우리가 대체적으로 정책적으로 채무탕감이니 이런 얘기를 할 때는 금융기관 대출을 얘기하는 거지 개인간 대출에 대해서는 통제하거나 강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생제도나 파산제도는 상당히 오래된 제도"라며 "이건 돈을 빌려준 사람과 돈을 빌린 사람 사이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돈을 빌려준 데에 이자까지 약정한 데로 받으면 좋다. 그런데, 영영 못 받는 경우도 있다. 돈을 빌려줬는데 이 사람이 갚을 능력 없는 경우다. 그럼 장기를 팔아야 한다. 요새는 밤에 전화하는 횟수를 제한하지만, 예전엔 밤새도록 전화해서 (돈을 갚으라고) 괴롭히는 게 허용될 때도 있었다"며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 대통령은 "원금에 이자를 늘려봐야 재기 불능이다. 그러려니 차라리 공평하게 딱 깎아주고 갚게 해야 죽은 채권도 살아나서 현실적인 돈이 되지 않겠나"라며 "그게 파산, 회생 제도다. 국회를 통해 국민의 합의한 거라서 싫어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금융기관들 경우는 이걸 빌려주면 몇 프로(%)는 빚을 못 갚는다. 그런데 이건 이자를 얹어서 미리 다 받았다"며 "못 갚는 걸 끝까지 쫓아가서 받으면 사실 부당이득이다. 10명 중 1명이 못 갚을 걸 봐서 9명에게 다 이자를 받았는데, 못 갚는 1명을 끝까지 쫓아가 받으면 그게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건) 사실 정리해주는 게 맞다. 그게 형평성에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당하는 사람 입장으로 바꿔 생각해봐라. 죽을 지경일 것이다. 이러다가 죽을 거 같으니 차라리 죽자 하면서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채권자와 채무자의 복잡한 문제들을 사회적으로 정리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빚을 지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통장거래도 못하고, 회사에 취직도 못하고, 아르바이트도 못한다"며 "사회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 정부 입장에선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선 채무 탕감 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만 있는 게 아니고 전 세계에 다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 앞으로 채무 탕감을 위해 7년 동안 빚을 안 갚는 사람들이 생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니 채무 탕감을 해주지 말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제가 사실 오늘 대전에 와서 이 문제를 얘기하고 싶은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 내가 갚을 능력이 되는데, 7년 지나면 탕감해줄지도 모르니 신용불량자로 7년을 살아보겠는가. 압류당하고 경매당하고 통장거래도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은행 거래도 안 되고 ,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삶을 7년 살아보겠는가. 그렇게 빚을 탕감받기 위해 7년을 버틸 수 있겠나"라고 물으면서 "7년 동안 못 갚은 원리금 5천만원 이하의 빚을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서 안 갚을 사람이 생길 테니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있을 수 있다. 제가 변호사를 할 때 보니까 진짜 있긴 했다"며 "그러나 극소수였다. 그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7년 동안 빚을 못 갚아서 신용불량으로 경제생활도 못하고 버티고 있는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의 빚을 정리해주는 것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사회경제적으로도, 인도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냐. 채권자 태도에서 합리적인 것이냐"고 따졌다. 이어 "오히려 장부 관리 비용을 따지면 손해가 더 크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의 입장도 반영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학원을 운영한다는 대전 동구의 한 시민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소용이 없다"며 "채무 탕감에 대한 부분이 진행된다면 거기에 대한 투트랙으로 성실상환자에 대한 핀셋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옳은 말씀"이라며 "이번에 추경에 편성된 사업에도 성실상환자에 대한 대책이 많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실무자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에게 관련 대책을 요약해 설명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모든 정책은 매우 상대적"이라며 "사회의 기본은 연대"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건 자영업자 너무 많다. 물론 자영업나 소상공인도 아주 생산성 높은 고급 서비스업이면 권장해야 한다. 그런데 동네 식당, 치킨집과 같은 단순 노동에 가까운 자영업이 많다"며 "직장이 없으니 그거라도 하는 거다. 우리는 실제로 실업 상태이고 상당 부분이 자영업으로 스펀지처럼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론 경제성장을 회복해야 한다.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기업도 많이 늘리고 국민전체 소득을 올려야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의 길이 열린다. 지금은 서로 너무 무한경쟁 아니냐"며 "제가 경제성장 노래를 부르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타운홀미팅의 또 다른 주제는 '과학기술 발전 방향'으로 카이스트(KAIST) 교수를 비롯해 과학기술계 종사자들도 다수 참석해 의견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여기 대전은 과학중심 도시 아니겠나. R&D 관련 취업 인구가 가장 많을 거 같다"며 "전에(윤석열 정부 때) 황당무계한 R&D 예산 대규모 삭감에 직접 폭격을 맞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어떤 산업부분을 살릴 거냐는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 새 정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기술산업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그중 핵심은 연구개발 R&D와 인재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배석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저도 과학자다. 학위 시절부터 불합리함이 있던 걸 실제 체험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께 말씀드렸던 것 중 하나가 전반적 체계, R&D의 기획, 예산관리, 평가, 선발에 대해 손볼 필요있다는 것이었다"며 "과학기술부와 함께 테스크포스팀을 띄워서 연구와 과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첫번째 행사로 오늘 경청한 거고, 저도 계속 현장을 찾아 들을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그 결과를 발표해서 여러분들께 개선된 대책안을 공유해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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