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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세] 통합돌봄, 서로 돌보는 관계가 가능할까

2026년 3월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2019년부터 시작한 통합돌봄 시범사업이 전국 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로, 지역 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여 노인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이 마련되면서 전 지역에 '돌봄'이 커다란 화두로 던져졌다. 지자체마다 통합돌봄지원법에 대응해 돌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하다. 사회연대경제와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돌봄의 방향성에 대해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의료 영역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집으로 찾아가는 '재택의료센터'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도 22개에서 현재 150여개로 확장됐다.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이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다양한 주체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단순히 서비스의 양을 늘리고 전달 체계를 효율화하는 것만으로, 법이 지향하는 '건강하고 존엄한 삶'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으로 '서로 돌보는 관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영양죽 만들고 배달하러 가는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원들 ⓒ필자 제공

경기도 부천시는 2019년부터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법이 제도화되기 전 단계에 지역의 역량을 활용하여 통합돌봄을 실험해 보는 것이다. 우리 부천의료복지사협도 초기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의료와 건강 분야의 돌봄을 실천해 왔다. 복잡한 건강 욕구에 대응해 오다 보니, 현재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의료를 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그리고 건강리더, 건강지킴이, 조합원들까지 모두 의료, 돌봄 활동에 참여한다.

의사가 치매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해도, 그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의료진이 자주 방문하여 관리하여도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면 개선이 되기 어렵다.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게 됐다. 매일 방문하여 약을 복용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주고, 치아가 부실해 제공되는 반찬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조합원들이 나서서 일주일에 한 번 영양죽을 만들어 직접 가져다드린다.

이렇듯 부천에서의 경험은 통합돌봄이 단순히 서비스의 나열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이고 유연한 지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돌보기 위해서는 제도적 서비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틈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은 바로 이웃의 관심,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인 움직임, 그리고 서로의 필요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손 내미는 따뜻한 관계의 힘이다. 형식적인 공급자-수혜자 관계를 넘어, 모든 구성원이 잠재적인 돌봄 제공자이자 수혜자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통합'이 이루어진다.

2026년, 통합돌봄법의 전국 시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역할과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지만, 그 위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법이 꿈꾸는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통합돌봄은 이제 우리 각자의 마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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