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느닷없이 부활한 검찰 특활비, 정부여당 소명해야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예산 통과 과정에서 검찰 특수활동비가 부활했다. 개혁야당과 시민사회를 모두 어리둥절하게 했고,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도 우려와 반대가 쏟아졌다.

4일 국회 본회의 추경예산 처리가 예상보다 훨씬 지연됐다. 다른 당은 모두 본회의장에 들어와 찬반토론과 표결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여당인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나지 않았고, 저녁 시간을 지나서도 의총이 계속됐다. 본회의는 예고 없이 시간이 밀렸다. 이유는 추경예산안에 들어간 대통령실과 검찰 특수활동비 때문이다.

이번 추경예산은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전국민에 지역화폐로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추경예산 특성상 전과 달라진 상황에 따른 다양한 증액과 감액 등 예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활비로 각각 41억, 40억을 편성한 것은 생뚱맞고 난데없다.

특활비는 사용 후 영수증 등 증빙을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예산이다. 안보나 기밀을 요하는 비용을 처리할 때 쓴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정부 예산안 중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윤석열은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를 비상계엄의 사유 중 하나로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논리는 간단하다. 둘 다 목록도 공개되지 않는 데다 비위 관련 의혹이 컸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전 과정은 물론 여러 시설이 무단으로 증설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이 심각한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에 더해 선택적인 수사와 기소의 수단으로 특활비가 투입된다는 비판이 오래됐다.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등 지휘부가 특활비로 돈봉투를 보내 검사들을 길들이고 수사를 조절해온 것은 공인된 폐단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교체되자 민주당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백 보를 양보해 국민들 눈높이에서 대통령실 특활비는 엄격하게 통제해서 사용한다면 용인할 수도 있겠지만, 해체 수준의 개혁을 앞둔 검찰의 특활비는 왜 복원했는지 의아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추석 전까지 검찰 개혁안의 얼개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검찰 개혁이 일정 수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특활비 복원은 검찰이 수사를 한다는 전제가 있어 개혁 방향과 상충된다. 검찰에 기대다 개혁은 물론 정권 자체가 넘어간 문재인 정부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검찰 개혁 완료 이후 특활비를 집행한다’는 단서를 달아 간신히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특활비 하나로 검찰개혁이 기득권에 포획됐다고 보긴 무리지만, 이유 모를 특활비의 복원이 위험한 신호임은 분명하다.

민생경제 회복의 시급성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반발과 우려에도 추경안이 통과됐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 특활비를 왜 복원했는지,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조정하는 개혁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인지는 설명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한 국민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지표다. 검찰 특활비는 지지층은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 즉 국민 모두에게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