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혁신은커녕 위원회 구성에도 실패한 국민의힘 혁신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발도 하기 전에 좌초했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은 7일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대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6인의 혁신위원회 인선안이 의결된 지 불과 30여분 만이다.

안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인적 쇄신을 거부한 점을 사퇴 이유로 들었다.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출당이나 탈당 조치를 현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또 비대위가 자신의 혁신위원 인선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남 중심의 친윤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혁신위원회가 순항할 것이라 본 사람은 적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예 출범도 하지 못하는 파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본 이들도 없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 매우 엄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친윤계 의원들로서는 총선이 3년 남았고, 자신들의 지역구는 보수세가 강하니 이대로 버티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을 견제하는 것도 가망이 없는 일이라고 보는 듯하다.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윤석열씨의 탄핵과 구속을 강하게 반대했던 이들이 특검의 윤석열 수사에 대해서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컨대 이들의 시야에는 정치도, 국민도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8월의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친윤청산이 실패한다면 이들과 결별한 새로운 정당이 나오는 게 낫다. 사실상의 유일 야당이 친윤의 볼모가 되어 한국정치를 망치는 걸 더 두고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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