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메일이 도착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학생과 교직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같은 날 광주여자대학교에도 비슷한 내용의 협박 이메일이 도착했고, 경찰과 군 당국 등 수색 인력 300여 명이 교내 건물 전체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 수색 결과, 다행히 두 학교에 폭발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협박 메일에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시간을 적시했지만,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안전사고 대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경찰은 신속히 수사해 협박범을 검거해야 한다.
이 사건을 단순 소동으로 넘길 수 없는 것은 메일에 작성된 폭발물 설치 협박 이유 때문이다. 협박범은 자신을 남성연대 회원이라고 밝히며, "여성을 정말 싫어한다.”, “여자에게 학문은 필요 없다.”라는 등의 여성 혐오적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이런 내용으로 메일을 발송해 불특정 여성대학 학생들을 협박한 것은 혐오범죄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혐오범죄'에 대한 근거 법령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혐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혐오범죄를 따로 분류하여 조사하거나 통계를 구축하는 기초적인 작업에 착수하지도 못했다.
혐오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전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범죄와 구분하여 다뤄야 한다. 특정 집단에 속하는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범죄 피해를 당하거나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는 것은 사회 불안만 가중시킨다. 혐오범죄법이 제정된 해외 주요 국가들은 혐오범죄 수사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개발해 혐오범죄에 해당할 경우 가중된 법정형을 적용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혐오범죄에 대한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혐오범죄통계법 등을 제정하는 것부터 시도해 볼 수 있다. 혐오범죄를 가시화하고 혐오 범죄를 무겁게 다루겠다는 우리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게 된다.
범죄 대책 수립과 동시에 혐오감정이 혐오표현과 차별 그리고 범죄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사회 전반의 노력도 필요하다.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십 년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차별을 막지 못하면, 혐오범죄로 나아가는 길을 터주게 되는 것과 같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을 혐오표현으로 보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는 까다롭고 논쟁적이지만, 공공성과 책임성이 강한 영역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공직자나 정당의 간부, 언론사의 주요 간부 등의 명백한 혐오표현부터 규제해 나가는 것은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혐오의 해악이 더 크게 퍼지기 전에 전반적이고 집중적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