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공기업(외국인지분율 49%)인 KT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천8백 명에게서 희망퇴직을 받았고, 1천7백 명을 자회사로 이직시켰다. 특이한 것은 2천5백 명을 토탈영업TF라는 임의조직을 만들어 이쪽으로 배치했다. 문제는 이 2천5백 명 거의 대부분이 기술쪽에서 일을 하던 엔지니어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전체 직원의 약 30%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는 수백조 원의 예산을 AI기술에 쏟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구조조정은 그 이전에 발생한 사태였기 때문에 다소 거리감이 있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AI기술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을 KT가 모를리 없다. 그런데 이렇듯 엄청난 구조조정이 왜 필요했는지 아직 충분한 설명이 없다. 기술직을 몽땅 영업부서로 옮겼다는 것은 이미 레드오션인 통신시장에서 3개사(KT, SKT, LG) 독과점 구조를 해체할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전문 영업직을 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수십년 간 선로를 점검하고 장비를 유지보수하던 사람들에게 영업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도 의문이다.
역시 사달이 났다. 명예퇴직을 한 직원이 직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지난 1월, 5월 두 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심지어 유서에서는 명확하게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무슨 잘못을 했길래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참담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 뇌심혈관계질환과 우울증 등은 급성 또는 만성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은 최근의 구조조정이 보여준 결과라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그랬다. 최근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 토탈영업TF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참혹한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45.8%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었고 64.8%가 우울을 호소하고 있었다. 국민 일반의 유병률이 각각 20%, 5%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국민에는 노인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젊은 노동자들이 더 불건강한 것이다. 특히 이런 정신건강 문제가 고용불안, 영업이라는 직무 부담과 높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토탈영업TF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죽거나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KT는 지난 3년 지속되는 매출액 성장을 보였고 매출액도 거의 200조 원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3천억 원~1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얻고 있다. 도대체 이 황당한 구조조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선로유지를 했던 기술직을 영업으로 배치하면 영업성과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성과를 내지 못해 갖은 괴롭힘을 겪으며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 이게 종국적으로 KT가 바라는 바인 듯하다. 노동자의 죽음을 바라는 기업, 국내 최대 공기업이 이런 일을 나서서 하고 있다니 이는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공기업은 모범 사용자로서의 위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민간기업을 견인할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이런 황망한 사례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작금의 상황을 만든 주체가 KT 노·사라는 점이다. 노동조합에서도 동의한 구조조정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런 노동조합을 소위 ‘어용노조’라고 한다. 이런 노동조합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야만 한다. 물론 문제제기를 해 왔던 소수노조도 있다. 그러나 교섭권을 가진 다수노조의 횡포가 노동자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현재 KT 노·사는 노동자 사망에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사태의 책임자인 동시에 욕을 먹어야 할 주체이다. 이제 KT 노동자들의 죽음은 사회 속으로 옮겨졌다. 시민사회,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지고 깊숙이 개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