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테지리뷰]친애하는 천진난만함과 돌발성에 관하여, ‘내가 처음 만난 우주’

제33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해외초청작...26~27일 대학로 공연

내가처음만난우주(Univers) ⓒArturGavalda

두 배우는 긴 통을 통해서 금돌(소품)을 굴리고, 통들을 연결해 또 금돌을 굴린다. 그러더니 아기들 앞에 금돌을 와르르 쏟아낸다. 어떤 아기는 적극적으로 금돌을 집어 들기도 하고, 어떤 아기는 낯설어 한다. 어떤 아기는 나설까 말까 고민하며 탐색의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지난 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내가 처음 만나는 우주' 프레스 리허설에는 24개월 미만 자녀와 부모로 구성된 15팀이 참여했다. 생경한 세계로 초대받은 아기들은 낯설음도 잠시, 우주처럼 무한대로 확장되는 신비로운 무대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보고, 듣고, 물고, 빨고, 만지며 공연의 한 장면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영유아극을 종종 볼 기회가 있지만, 이번 극은 여타 무대와 좀 다른 점이 있었다. 영유아 관객이 무대의 장면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아기 관객들은 보고 느끼고 물고 빨고 체감하기를 반복했다. 아기들은 추임새와 옹알이는 대사가 되고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이 오브제극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균형과 불균형, 통일과 비대칭을 만들어 나갔다. 무대 위엔 거대한 모빌이 넘실거리고, 반으로 갈라졌다 다시 합해지는 원형 소품은 심해와 우주를 가로지르는 신비의 세계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것들의 경계에선 어김없이 장난끼 어린 연극적 돌발성이 튀어나왔다.

커다란 달은 아이들을 향한 까꿍놀이가 됐고, 대형 모빌에 달린 모형은 금돌을 담는 통이 됐다. 형광 해파리 같은 원형 통은 아이들의 장난스런 커튼이 되기도 했다. 그 예상할 수 없는 돌발성 속에서 영유아 관객은 천진난만함으로 극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무대의 주인공은 철저히 관객이 됐다.

오브제극 '내가 처음 만나는 우주'는 가장 작은 우주인 아기들이 처음 만나는 우주 공간이자, 아기들이 펼치는 우주를 부모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기들의 친애하는 천진난만함은 엥그루나 테아트르 팀의 멋진 풍경을 만나 한 층 더 돋보였다.

엥그루나 테아트르(Engruna Teatre)는 2006년에 설립되어,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매력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기심이 넘치지만 낯을 가리기 쉬운 어린 관객에게서 움직임과 소리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무대를 창의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해당 공연은 제33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해외초청작으로 26일과 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내가처음만난우주(Univers) ⓒArturGavalda
내가처음만난우주(Univers) ⓒArturGavalda
내가처음만난우주(Univers) ⓒArturGavalda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