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청 책임회피·손배 남용 시대 끝낸다

노동현장의 오랜 과제가 마침내 입법의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7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의결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오는 8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 책임과 노동 3권 보장을 둘러싼 현장의 오랜 갈등을 제도적으로 바로잡는 첫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책임을 회피하던 사용자 구조와 파업 노동자에게 경제적 파탄을 안기던 손배·가압류 관행에 법이 처음으로 제동을 건 조치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해, 실질적으로 지휘·통제를 받으면서도 법적 교섭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던 하청 노동자들에게 마침내 교섭할 권리를 부여했다. 또한, 과도한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을 제한하고, 노동 3권이 생존의 위협 없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최근 SPC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와 노조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보여준 일관된 의지를 고려한다면, 두 번의 거부권으로 좌초됐던 개정안이 이번에는 국회를 통과해 노동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변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당초 논의됐던 노조법 2조 제1호의 ‘근로자’ 정의 개정안이 이번 처리 대상에서 빠지면서, 특수고용·플랫폼·비정형 노동자 약 850만 명은 여전히 법적 보호 밖에 놓이게 됐다. 배달노동자,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처럼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휘 아래 일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이들의 처우는, 여전히 입법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번 개정이 진전이라면, ‘근로자’ 정의 개정은 그 완성을 위한 다음 걸음이어야 한다.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산업기반을 흔드는 자해행위”라며 정부·여당에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산업기반은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이는 노사 간의 균형 있는 대화를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바로 개정안의 취지다. 윤석열 정부에서 얻은 ‘노동후진국’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벗고, '노동존중' 국가로 가기 위해서라도 노조법 개정안이 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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