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형 의원 “미국 ‘전략적 유연성’ 요구, 절대 받으면 안 돼”

“한미동맹을 북한 아닌 중국 견제용으로 바꾸면서 국방비 더 달라고? 앞뒤 안 맞아”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9 ⓒ민중의소리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는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동북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도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외교전문가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도록 주한미군의 역할을 바꾸려고 하면서 동시에 국방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가 전적으로 미국한테 모든 걸 의지하는 것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에서 동맹 현대화까지 


Q.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대만해협 등 동북아 전반으로 넓히자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A. 핵심은 전략적 유연성이고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입니다. 이게 시작된 건 2002년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그 당시 주한미군은 붙박이 군대들이었어요. 지금은 주한미군 4500명 정도가 9개월에 한 번씩 순환 근무를 합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것도 아니고 완전히 붙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미 소련은 붕괴됐고 북한의 남침밍 가능성은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주한미군이 아까웠던 거예요. 그리고 그때부터 중국의 부상이 얘기가 됐으니 주한미군을 좀 더 폭넓게,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예요. 그때 군사 전략가들은 이제 한국이 북한의 남침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어요. 지금 나오는 얘기와 되게 비슷하죠. 그래서 오히려 미국 쪽에서 한국에 전작권(전시작전권)을 가져가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한국이 잘 살게 됐으니 이제 국방에 더 돈을 들이라는 것이었어요. 분담 차원에서 나온 얘기예요.

그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걱정했던 건 아무리 여기서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발진하게 되면 우리가 전쟁에 원하지 않게 끌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건 사실상 동맹의 가장 전형적인 걱정이에요. 방기냐, 연루냐거든요. 방기는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고, 연루는 상대방의 전쟁에 내가 끌려들어가는 것이에요. 옛날에 우리가 무조건 걱정했던 건 방기였어요. 그런데 우리가 잘 살게 되고 또 힘이 생기면서 이제는 미국의 전쟁에 연루가 되는 걸 걱정하게 된 거죠. 특히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로 그렇게 됐어요. 우리는 테러 위험 국가가 아닌데, 미국은 테러 위험이 크잖아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허락 없이 아무리 미군이라도 유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다른 지역의 분쟁에 가더라도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된다는 게 옳다고 끝까지 믿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고위층과 미국은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해서 밀실 합의를 하고 그게 각서의 형태로 남아 있어요. 당시 (정부 고위층에) 이종석(현 국가정보원장), 위성락(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조현(현 외교부 장관) 세 분이 모두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다가 미국이 조금 전략을 바꾸게 됩니다. 오바마 때부터인데 미국이 전 세계의 동맹을 네트워크화시켜요. 그러다보니 전작권에 대한 입장이 달라집니다. 미국이 한국의 전작권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전체를 네트워크화시키는 데 훨씬 쉽겠죠. 그래서 지금 나오는 얘기는 전작권도 안 주고, 전략적 유연성도 하겠다는 거예요. 원래 출발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우리한테 모든 걸 다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 거예요.

Q. 이재명 정부 들어 미국의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전략적 필요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여기에 선을 그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에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 내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국민들한테 알려지면 안 된다, 차라리 암묵적으로 인정해줄게'라는 방법을 썼던 것 같아요.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한테도 정확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끝까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주지 않았다, 마지노선은 지켰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 일단락됐고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고 해서 이 문제가 진행이 안 된 게 아니에요. 전략동맹이란 말을 계속 한 게 누구냐면 바이든과 박근혜입니다. '상호 운용성'이라는 말을 계속 하거든요. 그건 한국과 미군의 명령 지휘계통을 일체화시키는 거예요. 서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그게 급격히 발전했던 게 한 윤석열 정부 때입니다. 한미일의 상호 운용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캠프데이비드협정을 맺었어요. 윤석열은 미국 군부가 가장 원하는 것까지 어느 정도 해준 셈입니다. 그리고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일본 도쿄에 가서 한미일 안보협력 협의체(TSCF)를 비밀리에 가동했습니다. 미국 군부 입장에선 그동안 최고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서 이것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지금 '동맹 현대화'라는 말로 또 다른 모자를 쓰고 강하게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는 거라고 해석합니다.

Q. '동맹 현대화'라는 말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해석이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A. 전략적 유연성도 듣기에 매우 긍정적이지 않나요? 노무현 정부 때 일단락됐다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올 때 전략적 유연성이란 말을 쓰지 않고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말을 씁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때 하나 더 붙여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고 해요. 이것도 언뜻 들으면 엄청 긍정적이죠. 한국이 이제는 위상이 높아져서 미국과 함께 세계 전략을 같이 한다는 의미예요. 그런데 전작권도 한국에 없고 한미가 여전히 기울어진 상황에서 이 말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우리가 동원되는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거기에 당연히 대만이 포함되겠고요. 동원되는 것은 결코 전략적이지 않죠.

미국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국도 세계 전략을 이용하고 싶은 겁니다. 이번에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말과 함께 한미동맹의 현대화라는 말이 쓰입니다. 거기에 미래라는 말이 덧붙고요. 이것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들려요. 미국에선 우리가 이제부터 한국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얘기하지 않겠죠. 이런 방식으로 계속 밀어붙일 거고 지금도 매우 공세적입니다. 명시적으로 한국이 어느 편을 택할 것인가 요구받고 있는 거예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9 ⓒ민중의소리

트럼프와 군부의 입장차에서 보이는 외교 빈틈 


Q. 미국에서도 트럼프와 군부는 입장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A. 트럼프와 군부는 좀 차이가 있어요. 근본적으로 세계관이 좀 달라요. 트럼프는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명분, 가치, 역사, 관계 다 필요 없어요. 우크라이나를 그냥 러시아 뜻대로 맡기잖아요. 더 나아가 유럽에 니네가 알아서 하라면서 유럽에까지 지금 손을 떼려고 하고 있잖아요. 소위 '아틀란틱 동맹'이라고 하는데, 영미 동맹, 유럽 동맹, 나토 동맹을 다 그렇게 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저는 트럼프가 아시아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미국은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군부는 달라요. 군부는 바이든 때나 오바마 때나 그때부터 줄곧 전략적 유연성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해요. 미국의 힘은 빠지고 있고 중국은 부상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중국을 제압하거나 봉쇄하지 않으면 미국이 중국한테 먹힌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다 투입하더라도 사생결단으로 중국을 봉쇄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보는 게 바로 군부예요. 최근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거리의 폭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에 미국이 너무 멀다, 결국 한국과 일본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트럼프는 한국에 돈으로 때우라는 거고 저쪽(군부)에서는 몸으로 때우라는 거거든요. 그 사이에 중첩되는 부분이 주한미군 감축 얘기예요.

Q.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어느 수준으로 다뤄질까요?

A. 정부 반응을 보니, 한국을 끌어내서 중국을 어떻게 하겠다는 정도의 합의까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두리뭉술하게 동맹 현대화에 합의했다는 수준일 거 같긴 합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월 31일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뜻을 같이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안 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젠다가 3개예요. 첫 번째는 관세 문제, 두 번째는 동맹 현대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 둘을 패키지로 협상하겠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처음에 얘기했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패키지로 협상하는 것을 거절하고 따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관세는 지난번에 일단락됐으니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선 더 구체화될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트럼프가 자랑하고 싶어서 잘 됐다고 재확인할 가능성은 있어요. 이거는 두고 두고 미국 쪽에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동맹 현대화는 지금 시기에 모든 것을 결정할 건 아니고 아마 폭넓게 한국이 동맹 현대화에 합의했다 정도로 합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트럼프가 관심 있는 방위비 분담금이나 국방비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마지막 세번째가 북한 문제일 것입니다.

Q. 한미동맹의 현대화 논의는 한국군도 함께 분쟁지역에 투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닥칠 미래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A. 최근에 이런 일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 조국혁신당과 비슷한데, '레이와'라는 중도 좌파 신생당이 일본에 있어요. 여기에 평화 운동가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평화학의 대가로 불리는 이세자키 겐지 도교외국어대 명예교수가 있는데, 최근 참의원이 되어 첫 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이런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지난 6월에 미국에서 F-35 스텔스기가 본토에서 출발해 왕복 37시간 비행을 해서 이란을 폭격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습니다. 카타르에 미군기지가 있는데 거기에 F-35가 다 있다는 거예요. 카타르는 미국의 주둔을 인정했는데, 미군이 그걸 빼서 이란을 때리는 게 전략적 유연성입니다. 그런데 카타르가 그걸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미군이 카타르 기지를 이용해 이란을 폭격하면 이란은 반드시 우리를 보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실제로 카타르는 거절했음에도 카타르에서 몇 발의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이에 대해 이세자키 의원이 이시바 총리에게 미군이 아무리 일본의 땅에 있어도, 일본에 주권에 의해서 제한돼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한 거예요. 저 역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똑같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9 ⓒ민중의소리

미국이 흔드는 한미동맹, 보수세력 입장에선 모순 


Q. 이러한 논의는 그간 한미동맹의 근간인 북한, 그리고 북핵의 위협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결국 한미동맹은 중국 봉쇄에 집중하고, 북한 위협은 한국이 알아서 방어하라는 것인데, 이를 보수세력이 용인하는 것도 자가당착 아닐까요?

A. 어제 굉장히 재밌는 광경이 있었어요. 제가 국회에서 조현 장관한테 전략적 유연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아니면 미국한테 우리 전략을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허허실실 하는 것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심각성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심각성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대만의 유사시에 우리가 젊은이들을 투입해서 개입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조현 장관이 당연히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어떤 유사시인지, 누가 현상유지를 급격하게 바꾸려고 했는지 알고난 다음에 판단해야 하는 것 같다고 답변하더라요. 그래서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똑같은 질문을 (윤석열 정부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한테 한 적이 있거든요. 조태열 전 장관은 당연히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고,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다른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다시 말해서 주한미군의 유연성은 보수 인사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제 편을 들었어요. 조현 장관의 답변에 본인도 이해가 안 간다고요. 너무 상식적인 일이거든요.

Q. 이번 한미정상회담 가서 그런 요구가 나왔을 경우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A.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선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절대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금까지 (어떤 정상회담에서도)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요. 트위터에 이것저것 그냥 던지잖아요. 그건 그의 작전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뒤에 가서 해석이 다 달라진다는 거예요. 트럼프는 그런 협정문에 자기가 묶이지 않겠다는 것이고 언제든지 미국의 힘을 사용해서 자기들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럼 우리도 역으로 똑같이 이용하면 돼요. 미국이 구체적인 요구를 할 때까지 우리도 안 묶이면 됩니다. 관세 협상할 때도 그랬습니다. 트럼프는 한국에 3500억 불을 내 앞에 현찰로 가져다 두라고 하고, 자기가 투자처도 선택하고, 나중에 20% 이익이 남으면 내가 10% 줄게, 이런 식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한국에 돌아와서 뭐라고 했습니까? 미국이 계획을 내면 투자처를 보고 보전성으로 돈을 주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런식으로 해석해버리면 됩니다.

전략적 유연성 역시 과거에 내부에서 합의해 준 각서가 있을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계속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해 왔잖아요. 거기서 출발하면 됩니다. 우리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허락 없이 주한미군도 빼서 쓸 수 없다고요.

Q. 일각에선 한국군은 빼고 주한미군만 유연하게 하는 방법도 제시되더라고요.

A. 카타르 사례처럼 그렇게 하면 결국 우리는 달려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미국도 중국이 대만을 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꼭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 말은 우리한테는 전쟁이 안 나니까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우리한테 그런 토대를 마련해 놓아서 언제든지, 대만이 아니라 심지어 멕시코에서 전쟁이 나도 우리가 갈 수 있도록 하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방식으로 되는 것들은 사실 다 잘라내야 하죠.

Q.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미동맹의 근간을 우리 국익에 맞게 바꿀 수는 없을까요?

A. 지금 트럼프나 군부에서 다 우리를 협박하는 카드 중 가장 큰 게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입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우리(미국)가 한국을 지켜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게 소위 말하는 '인계철선'(引繼鐵線)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땅에 있는 미군은 굉장히 낙후된 미군입니다. 북한을 견제해 옛날부터 보병 위주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공군도 거리가 짧은 F-16 중심이에요. F-35처럼 장거리용이 아닙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걸 장거리로 바꿔야 중국도 때리고 할 수 있는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 드론으로 하고, 본토에서 미사일을 쏘는 마당에 여기에 있는 무기들이 실제로 얼마나 작동하겠습니까. 우리는 재래식무기는 북한보다 월등하고, 부족한 건 핵우산밖에 없어요. 북한과 일대일로 붙어도 우리는 재래식무기에서 지지 않아요. 그런데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한국과 전쟁할 마음이 있을까요?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면 미국이 오히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 우리는 그런 것까지도 각오하는 게 좋다라고 생각합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나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인상을 요구할 전망인데, 이는 한미동맹의 전환 또는 확장 요구와 상치됩니다. 한미동맹이 중국 봉쇄에 역할한다면 오히려 미군이 비용을 내야 하지 않을까요?

A. 맞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거죠. 트럼프의 생각과 군부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 틈을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너네들이 전략적 유연성을 생각해 이곳을 키우겠다면 너희가 오히려 기지 사용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해야 해요. 우리가 돈을 줄 게 아니죠. 그런데 트럼프가 이걸 받을 리가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서 이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중요시하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분담금인데 지금의 SMA(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구조로는 더 줄 수도 없어요. 이미 작년에 국회를 다 통과한 것이고 미국도 행정명령으로 일단락된 거거든요. 만약 트럼프가 만약 거기에 묶이지 않고 계속 요구한다면 우리는 그럼 SMA부터 다 바꾸자고 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미국한테 돈을 다 주는 게 아니라 미국이 쓸 돈을 예산서로 가져오게 하는 거죠. 그러면서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시간을 끌어서 결국 안 하고 바이든으로 넘어왔거든요.

또 하나는 국방비입니다. 국방비는 얼마 전에 나토와 협상했던 겁니다. 국방비는 계산법이 엄격합니다. 나토의 경우 3.5%는 직접 비용, 1.5%는 인프라입니다. 1.5% 인프라를 5%까지,그것도 향후 10년간 하겠다는 게 지금 나토의 약속이거든요. 우리는 거의 다 직접비입니다. 2.8% 정도 돼요. 거기에다가 미국의 주둔 분담금도 집어넣으면 3% 넘어갑니다. 그러면 사실상 0.5% 정도만 우리가 10년 간 더 늘리면 됩니다. 그리고 이것도 시간 끌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다음에 간접비를 집어넣으면 됩니다. 지난번에 나토에서 제일 말을 안 들었던 게 이탈리아입니다. 나중에 트럼프는 모든 나라가 5%에 동의했다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이탈리아를 다 봐줬어요. 이탈리아는 시칠리아에서 본토를 연결시키는 다리 건설 비용까지 국방비로 산정을 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하면 국방비는 오히려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Q. 국민의힘이 미국에서 국방비를 가지고 압박하는 데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보수세력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A. 보수 진영도 참 머리 아플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네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한 미국이 배신을 때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잖아요? 보수 진영은 늘 진보정부에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 한미동맹이 흔들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한미동맹 흔들기가 미국 쪽에서 하고 있는 거에요. 트럼프는 동맹의 역사나 관계, 깊이, 가치 이런 것들은 전혀 안 따지고 거래 관계에서의 이익만 따지니까요. 어쩌면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해 있던 우리가 종속적인 관계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자주성을 회복하고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됩니다. 우리는 미국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스스로 설 수 있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고, 스스로 지킬 수 있다, 저는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을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가 전적으로 미국한테 모든 걸 의지하는 것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9 ⓒ민중의소리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


Q.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문제도 논의될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는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하며 대화 재개를 모색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남북관계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그동안 북방정책을 내세운 노태우 정권을 제외하고 보수 정권이 남북관계를 주로 많이 망쳐놓았습니다.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일종의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문재인 정부 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게 그렇죠. 저는 이재명 정부도 그런 꿈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할 텐데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요. 그래서 일단 단계적으로 회복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서로 고조시켰던 긴장을 다시 완화를 하고 9.19 군사합의를 회복시키고 확성기 철거하고 풍선 안 보내고 이런 것들을 넓혀 나가면 어느 시기에 가서는 북한도 (대화에)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협정을 맺고 실천하는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실행할 수 있는 걸 해놓고 여건이 성숙이 되면 그때 정상회담을 한다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어떤 의제가 다뤄질까요?

A. 한반도에 관해서는 트럼프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트럼프가 평화 강박증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그가 평화로운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자기야말로 정말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취임사 마지막에 '피스 메이커'(peace maker, 평화중재자)라는 말을 씁니다. 트럼프 2기의 가장 큰 목적은 '피스 메이커'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지금까지 4개의 평화조약을 완성시켰어요. 지금 잘 안 되고 있는 게 우크라이나와 가자이고, 남은 후보지가 남과 북이에요. 여기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단 2018년 당시 트럼프의 평화 노력을 치하해야 할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는 '피스 메이커' 역할도 띄워주는 게 필요해요. 미국이 만약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만 있다면 우리가 반대할 일은 없습니다. 지나치게 '패싱'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패싱 이야기하는데 그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북미가 일단 풀고 우리가 어느 순간에 합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Q.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계기로 북미 정상의 만남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A. 북한이 그렇게 쉽게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지금 양 극단의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쪽에서 트럼프가 APEC에 올 때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북미가 만날 수 있다는 장미빛을 얘기하는데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2018년에 뒤통수를 엄청나게 맞았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재명 정부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고요. 트럼프가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 국가로 인정하는 정도의 양보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아마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론 북한에서 나오는 담화문 같은 내용이 날카롭잖아요. 그래서 아예 대화가 안 될 거라고 극단적으로 전망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북한이 이전과 달리 일단 반응을 시작했거든요. 윤석열 정부 때는 미국정책연구소장 등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성명서를 냈는데 지금은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이건 나쁜 신호가 아니에요. 북한은 2018년 쫓기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뒷배에 러시아도 있고요. 그렇게 보면 북한은 원하는 조건이 어느 정도 맞춰지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접촉이 시도되고 북한도 조건을 걸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만약 실용외교 속에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일단 그 용어 자체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가 말은 가치 외교라고 했지만 실제로 이념 외교를 한 거잖아요. 그래서 한미일과 북중러로 나눠 신냉전의 획일적인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 투자하고도 손해보고, 러시아, 중국, 북한과의 관계도 다 파탄 났습니다. 미중 패권 사이에서 우리만 괴로운 상태인 거예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로 가자고 하는 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전쟁이 흑백이라면 외교는 회색이다. 전쟁은 적과 아군이 확실하게 구분하니 흑백이라고 한다면, 외교는 전쟁 중에도 적과도 협상하듯이 아군하고도 이익을 두고 치열하게 다퉈야해서 회색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실용 외교는 회색 외교를 수용하는 거니까, 국익을 위해서 방법론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실용 자체가 목적은 아니잖아요. 목적은 평화라든지 우리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거라든지 그런 게 있어요. 저는 이념도 가치도 우리 국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문화와 한류를 얘기하듯이 말입니다. 또 필요한 건 다변화입니다. 윤석열 3년의 외교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좀 회복할 필요가 있어요. 글로벌 사우스라고 하는 국가들과도 협력을 늘려놔야 하고요. 또 윤석열식으로 한미일 관계만 보는 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오히려 공존해서 미국의 파도를 넘는 데 협력하는 부분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정도의 국격과 국력이면 외교를 그렇게 협소하게 운영하면 안 되죠. 다변화로 가야 합니다. 외교는 옵션이 많을 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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