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 대통령에 “중국 같이 갈까?”...회담 초반 ‘화기애애’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경제와 안보 문제에 관해 미국의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 속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서로 덕담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한껏 긴장된 분위기는 서서히 누그러졌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향해 "당선을 축하한다. 아주 큰 성과였다"며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다른 세력이 아닌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의지를 보이면서 이 대통령의 요구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소인수회담 모두발언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로 한껏 추켜세운 결과이기도 했다. '피스 메이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부터 자임하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칭찬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웠다. 이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북한에 대해서 큰 진전을 함께 만들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재추진' 권유에도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올해 만나고 싶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목표 하나를 달성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친중'이라는 이미지 탓에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불식시켜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도 제가 중국을 방문하길 바라고 있고, 미중 관계도 중요하다"며 "관세 덕분에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세수가 지금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 유학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루머가 있는데, 저희는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것도 허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가 과거보다도 경제적으로 훨씬 더 발전해 있다. 바이든 정부 때보다 훨신 더 나아졌다"며 "경제적으로 중국과 훨씬 더 견고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두 정상의 방중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는 "같이 갈까요?"라며 "같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연료도 절약하고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오존 보호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농담을 섞어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에 이 대통령이 같이 가고 싶다면 특별 허가를 받아서 같이 갈 수 있겠다"면서 "중국과 아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발전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마치 숙청이나 혁명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겨 한때 당국자들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회담이 시작되자 누그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아시는 것처럼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내란 상황에 대한 특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를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 같다.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앞서 고조됐던 긴장을 해소시킨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생각난 듯 자신에 대해 수사를 벌였던 특검인 잭 스미스를 대뜸 비난한 뒤 "농담"이라고 말하자, 두 정상뿐만 아니라 양측 배석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관례대로 소인수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사용한 만년필에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 펜이 (이재명) 대통령의 것이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네. 가져온 펜"이라며 "잇츠 마이 펜(It's my pen)"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아름답다"며 "그걸 가져갈 것이냐"고 탐이 난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말했고, 이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펜을 선물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어려운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자신도 역시 이 대통령과 수행단 모두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들은 이 대통령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이시바 총리가 받은 선물을 봤는데 사진첩이더라"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한편 한미정상회담은 약 2시간 20분 만에 종료됐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도 함께 할 예정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 이번 정상회담은 관세 협상의 내용을 정상 차원으로 격상시켜 경제 통상의 안정화를 이루고, 안보가 더 튼튼해지는 안보동맹 현대화를 논의하며 조선, 반도체, 인공지능, 원자력, 국방 R&D 등 새로운 협력 구조를 개척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