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분명 퀴어영화다. 첫 장면부터 확인 도장을 찍듯 보여준 장면도 그랬다. 또한 영화 속 주요 배경인 게이 커뮤니티와 게이들의 일상도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면 볼 수록 관객은 퀴어나 탈북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처음'과 '사회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는 탈북한 게이 청년 철준의 남한 적응기를 담고 있다. 철준의 일상과 시선을 따라가지만, 철준의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철준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돋보기를 댄다. 이렇게 철준은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을 해나가고, 그곳에서 우정·사랑·배신·슬픔 등을 경험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탈북자 전형으로 대학 입학을 준비하며 자소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도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탈북한 지인 형들과 오락을 하며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의 특별한 힘을 느끼게 된다. 바로 탈북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특정 집단을 넘어선 보편적 공감대로 관객을 데려간다는 점이다.
그 공감대란, 말하자면 많다. 가령 누구나 마음 속에 비밀이 있다는 점이다. 그 숨기고 싶은 점을 당당하게 말하고 사회와 관계 속에서 자유로워 지고 싶지만 겁이 나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는데 '처음'이 쉽지 않다. 낯선 곳에 내던져진 느낌이 서서히 희석되고 적응의 시간이 찾아오지만 관계의 울퉁불퉁함은 또 한번 마음을 뒤흔들기도 한다.
그렇게 관객은 탈북과 퀴어가 함께 빚어내는 위장과 긴장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보편성을 만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퀴어성이 빛을 잃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박준호 감독은 미디어나 편견에 의해 변질된 성소수자와 탈북민들의 표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거부하고, 생생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탈북 성소수자와 커뮤니티 유산을 영화 속에 옮겨 놓는다.
박 감독은 제작진을 통해 연출의도를 이와 같이 밝혔다. "주인공 철준을 통해 탈북자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이를 통해 충분히 대변되지 못했던 삶의 모습들을 가시화하고 싶었다. 또한 새로운 곳에 적응하려는 철준을 지켜보며 우리가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느꼈던 긴장과 두려움, 성공과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며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는 박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2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제목 '3670'은 '종로3가, 6번 출구, 7시에 만나'라를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오는 9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