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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세] 한 번쯤 상상했던 청소년의 공간이 현실이 되다, ‘꿈틀’

청소년들의 인문학 진로탐색시간 ⓒ필자 제공

면사무소 옆 3층 건물, 건물 전체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오롯이 채워져있다.

1층의 이름은 뿌리층으로 공예, 목공, 베이킹을 할 수 있는 다목적실 ‘씨앗’과 사무실 ‘그루터기’가 있다. 2층은 가지층으로 ‘가지가지’(쉼방)에서는 보드게임 또는 퍼즐을 즐기거나 누워서 간식을 먹는 곳이다. 우리들의 부엌 ‘나뭇가지’ 공간은 누구나 컵라면이나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부엌이다. 청소년들 위한 천원슈퍼까지 구비되어 있다. 가장 큰 면적의 ‘여러 가지’ 방은 강연과 회의실, 영상도 보고 책도 한가득 꽂혀있다. 야외 테라스는 ‘햇빛 샤워룸’으로 해먹에서 뒹구르르 할 수 있는 공간. 3층은 잎층으로 스터디룸(열매 반) 음악실(꽃 반) 야외꽃밭과 텃밭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건물 전체가 청소년들의 취향을 가득 품은 꿈의 공간이다. 각 층과 방의 이름은 청소년들이 직접 지었다.

홍천 영귀미면의 청소년 공간 ‘꿈틀’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홍천군의 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으로 2023년 준공된 건물이다.
*필자 주 -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 읍면 소재지(1·2계층 제외)에 서비스 공급 거점 조성을 위한 생활SOC 시설 확충, 서비스 공급 및 배후마을로의 서비스 전달을 위한 시설 및 프로그램 등 지원

영귀미 청소년 공간 꿈틀의 층별 안내 ⓒ필자 제공

이 사업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의 공간이 농촌지역 마을 주민의 협의에 의해 마련되었다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인데 막상 청소년 공간으로 짓고 나서는 운영주체, 예산, 운영을 뒷받침할 만한 조례가 없어서 시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첫해에는 5~6개월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다가 2024년 3월부터 지역의 어른들이 뜻을 모아서 ‘꿈틀 운영회’라는 임의단체를 만들고 주 4회 공간 문을 열어나갔다. 그렇게 1년, 주변 면 단위와 읍에서 오는 청소년. 연인원 1900명이 꿈틀을 이용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었다.

현재는 홍천군 시군 역량강화사업, 홍천군 농정과, 교육체육과, 개인 후원 등으로 건물 유지 보수, 인건비, 프로그램비, 강사비를 지원받고 좀 더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꿈틀이 청소년 공간으로 독보적인 차별성이 있다면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스스로 강좌를 만들고,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펼쳐나가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꿈틀의 공간 운영을 맡고 있는 유수연 센터장님은 꿈틀을 시작하면서 20여 명의 청소년들과 1:1로 따로 만나서 아이들과 라포 형성도 하고 욕구가 무엇인지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을 잡았다. 어른들의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신청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강좌(댄스 바리스타 과정, 캘리그라피,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진로캠프, 음악밴드, 영화동아리 등)를 요구하면 그에 맞는 선생님을 찾아서 매칭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을의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께 바리스타 강좌를 다 듣고 나서 아이들이 직접 일일카페를 기획하고, 홍보, 메뉴 개발, 접객도 해보며 남은 이윤을 어디에 후원할지 결정하는 일까지 청소년들이 직접 실행하면서 스스로 배우는 장을 만들었다.

꿈틀에서 아이들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프로그램은 같은 마을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대학생과 그 대학 친구들이 3일간 멘토가 되어 진행했던 진로캠프였다.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가까운 형, 누나들과 함께 시사토론, 영화 보며 감상을 나누는 인문학 캠프를 진행하며 생생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청소년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뭐니 뭐니 해도 매주 금요일에 있는 간식시간이다. 마을의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어른들이 자원봉사로 해주셨는데 떡볶이, 만두, 라면 등 간식 시간에 오는 누구나 먹을 수 있다. 학원 가기 전 요기로 먹는 것도 도움이 되어서 올해부터는 인근 중학교 학부모님들이 함께 도움을 주고 계신다. 내 아이가 꿈틀에서 간식을 먹었다면 다음엔 내가 한번 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다들 갖고 있다고 한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뭔가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믿지 못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을 모아 놓으면 문제가 생길까를 먼저 생각하며 기회를 주기보다는 경계하죠. 영귀미 돌봄터, 사회적 협동조합 새끼줄, 동화중학교, 속초초등학교, 노천초등학교로 둘러싸여 같이 자라온 지역 환경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꿈틀이 있다고 생각해요. 꿈틀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기다려주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요. 아이들이 내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면서 자기 삶을 결정하는 단련이 장이 되길 바랍니다.”

꿈틀 청소년들은 오는 10월 26일 제1회 꿈틀 청소년 축제 ‘손에 손잡고’를 준비하고 있다. 꿈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홍천 지역 내 청소년 활동과 연대하기 위해 여러 부스를 아이들 스스로 계획하고 있다.

처음이라 ‘자유로움’도 낯설고. 함께 하는 것도 서투르고, 힘들어도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놓치지 않고 한발 한발 지역의 청소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꿈틀’을 응원한다.   
영귀미 청소년 공간 꿈틀의 건물 전경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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