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개혁, 단호하되 지나치지 않아야

여당이 사법개혁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대법원의 반대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일 "개혁의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겠다"며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 3대 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사법개혁안에는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대법관 30명 증원 및 법관 외부 평가 도입,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등이 포함된다. 또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내부 의견 수렴을 위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형식은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지만, 사법개혁에 대한 반대 논리에 힘을 싣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하급심 판결문 공개나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대법관 증원과 외부평가, 추천방식 개선에 대해서는 부정적 뜻을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를 거쳐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법원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 대선 직전 내란사건 담당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기묘한 법리를 들어 석방한 것이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선거법 재판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천 법원행정처장이 사용한 표현처럼 '법관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수긍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법원이 사법개혁 논의에 자신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큰 문제가 없다. 개혁의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논의처럼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위해서라면 집단행동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착각일 것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반대 논리는 대법관 증원 반대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자는 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주장해 온 개혁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천 처장은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면 재판연구관 인력 등 사법 자원을 대법원에 집중 투입해야 하고, 이 때문에 하급심의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예산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예산과 시설을 보완하면 될 일이다. 대법원의 진정한 속내가 여기에 있지 않음은 모두가 아는 바다.

다만 여당 일각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판부가 여러모로 시비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불신을 받는 건 사실이라해도 이를 대체할 재판부를 창설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 내란 단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약화시킬 이유는 없어 보인다. 사법부가 내란 재판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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