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 80주년 열병식, 시진핑·푸틴·김정은 나란히 섰다

김정은, 6년 만에 방중...시진핑 “평화와 전쟁 선택의 길 놓여”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참석 정상들과 함게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2025.09.03. ⓒAP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을 맞아 중국과 북한, 러시아 정상이 냉전 종식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일(현지시간) 오전 9시 중국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의 쇠퇴와 중국·러시아 주도의 새로운 다자주의 국제질서를 보여주는 무대로 열병식을 준비해왔다.

열병식에 앞서 시 주석은 초대를 받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6개 정상 및 대표를 맞이했다. 한국에선 국가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라는 점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날 기념촬영 당시 시 주석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 왼쪽엔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김 위원장이 나란히 자리하며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이동해 톈안먼 망루(성루)에 함께 올랐다. 시 주석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 왼쪽엔 김 위원장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3일(현지 시간)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다. 2025.09.03. ⓒAP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정상이 나란히 선 모습은 한미일 협력에 맞선 북중러 연대라는 글로벌 진영 대립 구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곧이어 리창 국무원 총리가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 개막을 선언했고, 군악대 등의 행진과 합창이 진행됐다.

이어 시진핑 주석의 기념연설이 시작됐다. 시 주석은 "중국인민항일전쟁은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중국 인민들은 막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러내면서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데 매우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인류의 운명에 매우 밀접하게 관계돼 있고 각 민족이 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고 화목하게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야만 비로소 공동의 안보를 지키고 전쟁 근원을 없앰으로써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화민족은 강권에 굴하지 않으며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이제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 함께 공동의 적에 맞서 싸웠다. 그리고 국가 생존을 위해서 분연히 나섰고, 인류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전승절 80주년(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3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무기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신화
'전승절 80주년(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3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군인들이 대형을 갖춰 행진하고 있다. ⓒ신화


시 주석은 "오늘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그리고 공생과 제로섬의 선택의 길에 놓여있다"며 "중국은 인류문명의 진보에 설 것이며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나갈 것이며 세계 각국 인민들과 손잡고 인류운명공동체로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시 주석은 "역사는 과거에 이어 새로운 미래를 이어간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나가며 위대한 항전 정신을 이어가고, 용감히 전진해나가면서 중국의 현대화를 이어 강국건설, 민족부흥의 위대한 위업을 위해 단결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으며 인류 발전의 위대한 사업은 반드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시 주석은 차퍼레이드를 하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시 주석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간간히 대화를 나누면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열병식에서는 미국 본토도 사정권에 들 수 있는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무인전투기 등 중국의 각종 전략 무기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열병식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려보내며 약 90분만에 마무리됐다.

'전승절 80주년(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3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무기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AP


한편, 김 위원장의 방문은 약 6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4시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방중 일정에 딸을 대동했는데, 행사장엔 혼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 못지 않게 중국에서 최고의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지 60여년 만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이미 확보한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 우호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동지께서 2일 오후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해 전용열차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딸 주애가 함께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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