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성없는 언론, 다시 등장한 ‘건폭몰이’

지난달 27일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건설산업 관련 노조 관계자들이 안전한 건설 현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5.08.27 ⓒ뉴시스

중대재해, 불법 하도급, 불법 고용, 체불.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지난 1일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현장에서 근절해야 한다고 꼽은 ‘4대악’이다. 매년 산업재해의 절반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현실에서 중대재해를 근절하자고 요구하는 것,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산재와 부실시공 등 각종 문제의 근원인 불법 하도급을 없애자는 것, 윤석열 정부 노조 탄압의 결과로 더욱 극심해진 불법 고용과 체불 문제를 바로잡자는 것. 건설노조 입장에서는 정당한 요구이자,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해 온 핵심 요구이기도 하다.

건설노조의 요구에 예상보다 격정적인 반응을 보인 보도가 몇몇 눈에 띈다. 대부분 보수 언론과 경제지다. 보도마다 내용은 비슷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통과 후 노조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산업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식이다. 건설노조도 그중 하나의 사례로 비중 있게 언급한다. 한 매체는 건설노조의 회견을 예고 기사와 칼럼, 후속 보도로 연달아 다루며, “노란봉투법 통과에 활개 치는 건폭”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로 낙인찍으며 탄압한 데 대해 “국가가 잘못했다”며 사과했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은 건설노조를 ‘건폭’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도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 하나가 있다. 오랜 기간 건설노조는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 상대였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 ‘노정교섭’ 경험 쌓은 보건·건설, 이재명 정부서도 잰걸음) 건설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등이 속한 건설산업연맹은 2017년부터 정부와 매년 노정교섭을 진행해, 올해로 벌써 10차례에 이르렀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가 극심했던 2023년을 제외하고 1년에 1~2차례씩 진행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건설현장을 바로잡고, 노가다꾼이라고 불리던 건설노동자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각종 정책 대안을 정부에 제시해 왔다. 구체적인 성과로는 숙련공인 건설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건설기능등급제 도입과 임금 체불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공공 공사 임금직접지급제도 도입 등이 꼽힌다.

올해 노정교섭의 핵심 요구는 단연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 방안과 퇴직공제제도 확대다. 이는 건설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요구이지만, 동시에 건설현장을 정상화시키는 요구기도 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이러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에 대해 “현장을 바꿔야 건설노동자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건설노조를 마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막무가내로 투쟁을 하는 집단처럼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건설현장의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였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가 노조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유기도 할 것이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도 얼마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과 같이 덮어놓고 비난만 하는 방식이라면 곤란하다. 건설노조를 비난하기 전 그간 노조가 일궈 온 변화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위태로운 건설현장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들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중대재해와 불법 하도급, 불법 고용, 체불을 근절하자는 건설노조의 요구가 정말 ‘건폭’이라 불릴 정도로 부당한 요구들인지 다시 살펴보길 바란다. 그게 윤석열 정권 건폭몰이의 공범이기도 했던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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