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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 서부간선도로 사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및 친환경 공간 조성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사업은 도로를 정비하면서 일부 차도를 줄이고, 지하차도를 평면화해 녹지와 보행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서울시는 당초 8월 말부터 지하차도를 차례로 폐쇄할 계획을 밝혔으나, 심화되는 교통체증과 시민들의 반발로 일주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이 '보행 친화 및 친환경적 녹지 공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부간선도로는 이미 출퇴근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는 구간이다. 더구나 이 도로는 안양천변에 설치된 도로인데, 이미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잘 갖춰져 있어 차도를 줄이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 시민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보행 친화 도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보행 친화는 단순히 차도를 줄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 전체 이동 수요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며,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시민 이동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 고려 없이 '보행 친화'라는 명분만으로 추진되는 단편적 사업은 정책 본래 목적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교통 정체가 심화되면 유료 민자도로 이용이 사실상 강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일부 아파트 소유자와 민자도로 사업자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공 정책은 다수 시민의 편익을 목표로 수립되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미래에 발생할 이익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있다면 정책을 추진해 갈 수 있겠지만, 지금의 사업은 그 타당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시민들에게 과연 이 사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서부간선도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서울의 교통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 고려와 현실적인 이동 수요를 반영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늦었다 해도 바로잡는 책임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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