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공무원에 갑질하는 구의원, 주민에 고함치는 구의장

지난 9월 4일 강서구의회 의장실은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 현장이었다. 종이 한 장, 시민단체가 공식 요구서를 전하려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고성과 실랑이로 뒤덮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들이 의장을 찾아간 이유는 명확했다. 며칠 전인 8월 26일 MBN 단독 보도를 통해 A 구의원의 상습 폭언·욕설과 사적 지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공무원노조 조사에서는 무려 65%의 공무원들이 ‘의회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뻔하다. 의원들의 갑질, 권력 남용, 모욕적 언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구의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감사권도 없고, 조사권도 없고, 특정할 수도 없다.”
“고발해라, 나도 고발하겠다.”

요구안을 전달하러 온 시민들에게 소리치는 강서구의장 ⓒ필자 제공

책임 없다며 뒷걸음치다 고발 운운하며 목청을 높였다. 순간, 주민을 위한다는 생활정치의 가면은 벗겨졌다. 시민들이 “언론 보도로 문제가 드러났으니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말했을 때도, 그는 맞받아쳤다.

“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민단체라고 하면 다 되는 거예요?”

이쯤 되면 의장이 아니라 성문 앞의 성난 장수 같았다. 시민을 상대해야 할 자리가 시민을 몰아세우는 자리로 뒤바뀌었다.

시민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윤리특위 즉각 구성 ▲가해 의원 징계 ▲피해자 보호 ▲전 구의원 윤리 점검 ▲재발 방지 대책. 상식적인 요구였다. 하지만 의장은 책임은 회피하고, 권위만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생활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생활정치가 고성과 책임 회피라면, 그것은 생활을 살리는 정치가 아니라 생활을 좀먹는 정치일 뿐이다.

아이러니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본회의에서 그는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송구하다. 윤리특위를 선임해 처리하겠다, 구청 감사과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현장에서의 고성과 본회의장의 약속. 같은 날, 같은 사람, 두 얼굴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인성 문제가 아니다. 시민과의 대화를 ‘침입에 맞선 방어’로 여기는 권력, 권한은 권위로 휘두르고 책임은 회피하는 관행,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낡은 승리지상주의. 바로 그런 정치문화가 저런 의장을 만들고, 의원을 만들어냈다. 청년들에게는 “MZ랑 일하기 힘들다”는 꼬리표를 붙이지만, 정작 원하는 건 순종과 침묵뿐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말과 고성, 갑질이 돌아온다. 달라져야 할 것은 정치다. 그 변화 없이는 사회를 짓누르는 이 문제들 또한 결코 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분노로는 바뀌지 않는다. 요즘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이렇게 말한다. “혐오와 복수심으로 대응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만드는 칼날은 증오가 아니라 제도와 절차다. 윤리특위 즉각 가동, 전체 의원 윤리점검, 품위유지 의무 강화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괴물을 햇빛 아래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 장치다.

나는 강서구에 30년 넘게 살아온 청년으로서 이번 사건이 너무 부끄럽다. 강서구의회가 시민과 맞서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시민들은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지키길 원한다. 그 기대를 저버리는 자들을 걸러내는 것, 바로 그 일이야말로 생활정치의 이름을 지키는 길이다.

9월 4일 강서시민사회연대 기자회견 ⓒ필자 제공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이번에는 시민이 ‘귀멸의 칼’을 쥘 차례다. 그 칼은 증오의 칼이 아니다. 제도의 칼, 투표의 칼이다. 괴물은 햇빛을 두려워한다. 우리의 햇빛은 공개 회의, 자료 공개, 윤리특위 상설화 같은 투명성이다. 고성을 지를수록 가면은 더 쉽게 벗겨진다.

남은 일은 분노를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생활정치를 가면이 아닌 책임의 다른 이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 칼날은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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