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 노동자를 테러범 취급한 미국 트럼프 정부

정부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체포·구금된 300여명의 우리 노동자들이 곧 석방돼 귀국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석방이 합의됐고,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충격적인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니 다행이지만, 이번 사건은 절대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미국은 한국민 가슴 속에 흐르는 분노와 배신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 총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공개된 현장 영상 등을 보면, 미 이민당국은 공장을 포위한 채 헬기와 군용차량으로 급습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단속을 실시했다. 체포된 노동자들은 손에 수갑은 물론, 발목에도 쇠사슬을 찼다. 또한 체포된 이들은 열악한 시설과 위생조건으로 악명높은 구금소에 억류됐다. 이렇게 우리 노동자들은 마치 테러범이나 적국의 포로 취급을 받았다.

미국의 행위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한 인권침해고, 우방국 국민에 대한 부당한 처우다. 이주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 외국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노동자의 신분이 합법인지 비합법인지는 행정절차로 가릴 문제다. 설령 비자 등의 문제가 있다 해도 이를 곧 범죄자, 위험세력으로 대하는 것은 야만적이고 반문명적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그들은 불법체류자고, 이민단속국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고용이 이뤄진다는 것은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기업은 공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숙련도가 높고 의사소통이 쉬운 자국 노동자를 선호할 수 있다. 미국 제조업 기반의 붕괴로 숙련 인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이는 양국 정부, 기업, 지자체 등이 협의할 문제다. 무지막지한 단속 작전을 편다고 배터리 공장이 건설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의 인권유린은 한국의 대대적인 대미투자를 합의한 마당이라 더욱 분노스럽다. 미국으로 가는 수천억 달러의 투자는 우리 노동자의 피땀이자 국민의 혈세다. 우리나라에 투자된다면, 일자리가 늘고 협력업체에도 활력이 돌며 국민경제가 성장할 것이다. 강압에 의해 굴욕적으로 투자하게 됐는데, 정작 미국에서는 우리 기업과 노동자를 범죄집단 취급하고 있다. 이대로는 기업 활동의 자유도, 노동자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공식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할 확실한 대책을 받아내야 한다. 해당 배터리 공장은 물론, 다른 투자와 건설 역시 재발방지 대책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 강훈식 실장이 밝힌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체류 지위와 비자 체계 개선” 따위로는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체포된 노동자들이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나 같은 처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체불임금을 비롯해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을 강조한 점은 옳다. 우리가 다른 땅에서 온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트럼프에게도 우리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소리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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