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엔 권고에도 기권·방관… 국제적 제재와 실질적 행동 시급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정에서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6살 소녀 힌드 라잡이 구조대와 나눈 실제 통화 녹음이 담긴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 장면. ⓒ스틸컷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실 거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정에서 폭격을 맞은 가자지구 6살 소녀 힌드 라잡이 구조대와 나눈 실제 통화 녹음이 담긴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시사회가 끝나자 객석에서 23분간 박수가 이어졌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 영화의 재현에 대해선 평가할 수 없지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이나 관객들도 집단학살의 잔혹함에 공감했기에 영화가 수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럼에도 영화의 수상에 환호할 수 없는 것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의 참상이 영화에 담길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담은 사건은 1년도 더 지난 2024년 1월 29일의 일이다. 올해 3월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식량반입과 의료물품을 차단해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자지구 3명 중 1명이 며칠 동안 하루 한 끼도 못 먹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마디로 기아학살이다. 아동 65만 명이 사망 위기에 처했고 의료품이 없어 임산부는 마취도 못한 상태에서 출산하다가 죽는다. 폭격만이 아니라 굶겨서 죽이다니, 얼마나 잔인한가.

얼마 전 이스라엘의 암살로 사망한 마리암 기자가 담은 다섯 살아의 장례식 사진에 담긴 아이도 먹지 못해 죽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집단학살로 사망자는 6만명이 넘고 부상자는 16만 명에 이른다. 확인된 인원만 그정도니 실제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까지 생각하면 사망자의 인원은 훨씬 많을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조차 “매일 최소 90명의 가자 주민이 숨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은 심각하다.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


오는 10월 7일이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시작된 지 2주년이 된다. 그동안 국제인권기구만이 아니라 유엔총회에서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과 폭격은 국제법상의 전쟁범죄라고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요지부동 학살을 계속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24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서부 난민촌에서 무료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2025.08.25. ⓒ뉴시스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전쟁범죄라고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점령을 12개월 안에 끝내라고 권고했다. 그 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24년 9월 18일 유엔총회에서도 이스라엘이 1976년부터 이어온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점령을 끝내고, 이스라엘이 점령을 종식할 때까지 유엔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이 생산한 모든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무기 거래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올해 8월 27일에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직원 500여 명이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진행 중인 집단학살”로 규정할 것을 촉구하는 단체 서한을 보냈으며, 8월 31일에는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범죄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이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집단학살은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해 절멸시키려는 행위’다.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학살과 같다는 것이다. 그냥 전쟁범죄나 학살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한국언론에서 일부 잘못 보도하듯 지금의 상황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는 것이 국제법 연구자들과 인권기구의 시선이다.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절멸시키는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유엔총회의 결의를 따르고 있는가. 아니다. 작년 9월 유엔총회 의결 당시 한국 정부는 기권했다. 집단학살을 외면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어떤 행동도 하고 있지 않다. 아직도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기업 다나 페트롤리엄은 이스라엘과 함께 가자지구 앞바다에서 가스개발로 돈을 벌고 있다. 한국기업 HD현대 건설을 팔레스타인 주택을 없애는데 동원되고 있다.

아직 국제사회는 말만 하고 있다. 유엔총회의 의결에 따르거나 가자지구에 식량이 들어가도록 노력한 나라는 많지 않다. 볼리비아와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 외교를 단절했고, 콜롬비아와 칠레는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그리고 식량이 반입되도록 노력한 예멘의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암살했다.

입장이나 성명 발표만으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구할 수 없다.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 세계 민중들이 각국의 정부에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앞서 말한 베니스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영화인 2천 명이 동참한 성명에서 “베니스영화제는 현실과 고립된 행사로 남아선 안 되고,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대량 학살과 서방 정부의 공모를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8월 31일에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 )의 44개국 대표단을 태운 배 약 20척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를 떠났다.

이스라엘군 공습에 희생된 가자지구 민간인과 슬퍼하는 가족들 ⓒ뉴시스

한국에서도 격주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고, 팔레스타인 땅으로 식량을 보내기 위해 모금을 하고, 한국석유공사에 다나 페트롤리엄의 가스개발이라는 전쟁공모를 중단하라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다른 나라처럼 군사 점령 종식 전까지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고, 한국기업들이 이스라엘에 무기 등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2024년 1월 1일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다.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대해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도록 행동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사국이기도 하다.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 사찰을 요구해야 한다. 한국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이러한 일을 실질적으로 한다면 팔레스타인에서 매일 90명씩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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