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8일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이른바 '비혼 출산'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공식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직접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혼 출산은 더 이상 개인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 수는 1만2천827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8%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치다. 비혼 출생 비율은 2016년(1.9%)부터 9년 연속 최고치를 고쳐 쓰고 있다. 결혼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비도덕적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평균은 42%다. 프랑스가 60%대로 가장 높고,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50%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2%대인 일본과 튀르키예 둘뿐이다.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비혼 출산 가정이 여전히 '가족'으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현행 법체계는 가족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고, 혼인·혈연과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고 있는 이른바 '생활동반자'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아 이들은 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처럼 결혼한 남녀만 '합법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현실에 변화가 없다면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이제 정부는 법적 가족 중심으로 돼 있는 사회정책 전반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모두 포괄될 수 있도록 서둘러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가족의 개념이 확장된다면 돌봄을 비롯한 여러 복지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사회조사에 따르면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69.7%였다. 비혼 출산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그 여론은 오늘날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 논의를 넘어 새로운 가족을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