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싱크 넥스트 25, 8개의 공연을 보다

놀라움과 물음표가 공존한 싱크 넥스트 25의 현장

싱크 넥스트 25- 김신중_앙상블블랭크,_주정현 ⓒ세종문화회관

페스티벌은 어렵다. 컨셉트를 잡기도 어렵고 컨셉트를 실현하기도 어렵다. 컨셉트에 걸맞는 예술가를 찾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 예술가가 기획자의 의도대로 공연하게 하려면 지난한 논의와 설득과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다고 반드시 흥행에 성공하라는 법이 없으니 페스티벌은 산 너머 산이다.

올해로 3년째인 싱크 넥스트 25 역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경계 컨템퍼러리 예술축제를 지향하는 싱크 넥스트는 그동안 대중음악, 여성국극, 코메디, 퍼포먼스를 비롯한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을 세종문화회관으로 초대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모르긴 해도 국내에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묶어 여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주최측에서는 어떤 예술가를 무대에 세울 것인지 고심했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대화를 나누며 공연을 기획하고,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았을까. 덕분에 한여름 주말마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고, 무대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관객들은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공연을 보았다.

싱크 넥스트 25- 김성훈 ⓒ세종문화회관

올해 싱크 넥스트는 7월 4일 금요일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의 공연으로 시작해 12개의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에도 장르는 다채로웠다. 싱크 넥스트의 프로그램으로 선택된 이들은 다양한 장르에서 인정받은 예술가들로서 그간 새롭거나 도전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곤 했다. 프로그램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싱크 넥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컨템퍼러리 예술을 집적해 펼쳐놓는 트렌디한 공연장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기존의 페스티벌과 다른 컨셉트의 페스티벌을 브랜딩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공간에서 이 같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을 때, 예술가들은 분명 자체 기획이라는 부담을 덜고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어 반가웠을 테니 상부상조라고 불러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싱크 넥스트 25의 12개 공연을 다 보지는 못했다. 그 중 8개의 공연을 보고 쓴다. 어떤 공연은 놀랍고 감동적이었지만, 어떤 공연은 공들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물음표가 샘솟았다. 특히 대중음악과 음악 공연은 아쉽거나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래퍼 제이통의 공연은 싱크 넥스트의 컨셉트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개인 콘서트에 가까웠다.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를 설치하고, 랩과 노래를 번갈아 선보였지만 동시대적 가치나 문제의식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무대에 오른 수민&슬롬의 공연의 경우에는 몽환적인 조명으로 수민의 뇌쇄적인 매력을 배가시켰지만 70분이라는 시간은 두 음악가의 진면목을 다 펼쳐 보이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같은 출연진이 2년 연속 출연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싱크 넥스트 25- 루시드폴,_정마리,_부지현 ⓒ세종문화회관

한편 3시간이나 이어진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의 공연은 앰비언트 음악가로 전향한 루시드폴과, 정가와 그레고리안 성가를 통합하는 정마리의 음악에 부지현의 영상이 더해졌다. 관객들이 누워서 볼 수 있게 배치하고 정마리가 그 사이를 오가며 노래하는 방식은 파격적이었다. 이것은 공연이 아니라 체험이었다. 공연장의 대변신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사운드 메이킹과 노래 방식을 반복한 공연을 세 시간이나 이어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스러웠다. 앙상블블랭크와 주정현이 선보인 공연 역시 연주자를 무대의 양편으로 나누고, 2층 객석까지 배치하는 방식이 이채로웠다. 이들의 음악회는 연주만으로 채워지지 않았고 연주자들의 퍼포먼스가 더해졌다. 장르가 섞이고, 인간과 기술이 연결되는 시대의 음악회라는 표상을 보여준 흥미로운 75분이었다. 한편 리퀴드 사운드의 공연은 전통연희의 박자와 연희를 뒤흔들었다. 무대의상의 성차까지 전복한 시도는 싱크 넥스트의 컨셉트를 대변했지만 1시간만에 끝난 공연은 혁명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시도에 가까웠다.

연극 ‘문 속의 문’ 과정공유작(work-in-progress)은 과정공유작의 형태라 내용과 형식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싱크 넥스트 공연으로 함께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은 공연이었다. 대체로 아쉬웠던 프로그램에 불을 지른 이들은 페스티벌의 말미에서 기다리던 김성훈이었다. 벌트와 업체였다. 8명의 남성 무용수가 알몸으로 피칠갑 되어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무대를 뒹굴 때, 그리고 빼어난 디제잉과 온몸을 던진 퍼포먼스가 5시간 내내 이어질 때 미진하게 느껴졌던 동시대성이 비로소 채워졌다. 세련되기보다는 처절했고, 스타일리쉬하기보다는 우직했다. 이렇게 공연할 수 있다는 놀라움의 충격은 싱크 넥스트의 필요성을 단숨에 긍정하게 만들었다.

싱크 넥스트 25- 루시드폴,_정마리,_부지현 ⓒ세종문화회관

하지만 이들의 공연은 나름의 시도와 도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화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렇게 공들인 실험이 펼쳐졌음에도 주목하는 이들이 적었던 이유는 좋은 공연이 너무 많아서였을까. 매번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널리 파란을 일으키지 못한 시도가 각각의 장르와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더 많은 비평과 소문과 박수가 피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 할까. 1년은 이 질문에 거뜬히 답할 수 있을 만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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