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이전에 한강택시가 있었다…오세훈의 한강 헛발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한강버스 정류장에서 탑승해 한강버스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8 ⓒ뉴스1

‘역사적 첫 발’, ‘서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출항했던 한강버스는 열흘 만에 멈춰 섰다.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더니 결국 지난달 29일 한 달 가량 승객 탑승을 일시 중단한 것이다. 한 손에는 베이글과 또 다른 손에는 커피를 든 채 여유롭게 한강버스의 시작을 알리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결국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 시장이 도입한 한강 수상 교통수단은 한강버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한강버스 이전에 한강 수상택시가 있었다. 한강버스와 마찬가지로 출퇴근 교통난 해소 용도로 시작됐지만, 이용객이 적어 ‘애물단지’라는 비판만 받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교통난 피해 수상택시 타고 출퇴근?
하루 1만9500명 이용 예상하더니,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관광객도 거의 없어


지난 2021년, 서울 서초구 서래나루에 수상택시들이 정박해 있다. 지난 2016년 운항을 재개한 한강 수상택시는 최근 5년간 평균 출퇴근용 이용객이 하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06.22. ⓒ뉴스1

한강 수상택시는 2006년 오 시장의 야심작이었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됐다. 교통체증을 피해 출퇴근하고, 한강 관광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시비 12억원과 민간 자본 25억원을 합쳐 37억원이 투입됐으며, 2007년 10월부터 10대(10인승, 7인승)가 본격 출항했다.

예약제로 운영된 한강 수상택시는 잠실과 뚝섬, 여의도 구간 등 10여곳의 승강장에서 탈 수 있었다. 출퇴근용과 관광용은 운영 구간과 금액을 달리했는데, 출퇴근용의 이용요금은 5천원으로, 관광용은 거리별 요금 산정 기준에 따라 최대 6만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서울시는 강서와 강동 지역까지 15분 이내에, 뚝섬에서 여의도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한강 수상택시를 새로운 출퇴근 수단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출퇴근 시 한강 수상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고, 관광객들만 가끔 이용하는 수준이었다.

수상택시 1일 평균 이용자수는 출범 초기인 2017년(10~12월) 73명, 2008년 115명, 2009년 135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 끝에 지난해 7월 출퇴근 노선은 사라졌다. 폐지 전 3년 동안 한강 수상택시로 출퇴근한 인원은 다 합쳐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루 1~2명의 출퇴근 이용객을 위해 10대 안팎의 수상택시가 항시 대기해야 했던 것이다. 서울시가 수상택시 도입 시 예상했던 하루 이용객 1만9,500명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출범 전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교통체증은 없지만 바쁜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수상택시 승강장까지 이동해야 하고, 한강 수상택시를 타고 내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육로로 이동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강 특성상 결빙과 홍수 등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승강장을 늘리고, 노선을 추가하고,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셔틀버스와 승합차를 추가 배치해 봤으나 효과는 없었다.

유럽 순방 과정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수상버스
수륙양용 버스 검토하다 거센 반발만


그렇게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진 한강 수상택시가 다시 입길에 오른 건 2023년 오세훈 시장이 유럽 순방 당시 수상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당시 오 시장은 영국 런던 템스강을 오가던 리버버스에 탑승한 뒤 “서울에 돌아가 (수상버스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수상버스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검토했다가 한강 수상택시에서 드러난 문제이기도 한, 선착장까지의 접근성 문제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된 바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따릉이도 있고, 킥보드도 있고, 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빠른 속도로 지하철과 연계해 수상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수상택시는 그런 난점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운영난을 겪을 정도로 어려운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한강과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 버스가 거론되기도 했다. 속칭 ‘골병라인’이라고 불리던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의 혼잡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서병수 김포시장이 제안한 수륙양용 버스를 서울시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거센 비판에 부닥친 뒤, 나흘 만에 이를 접고 서울과 김포를 잇는 수상 교통운송망 구축(리버버스)에 본격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잦은 고장에 열흘 만에 멈춘 한강버스
한강버스가 끝일까 


한강버스 정식운항 기념 시승식이 열린 지난닮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에서 한강버스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공동취재) 2025.9.18 ⓒ뉴스1

한강버스는 지난 18일 정식 운항했다. 4척의 한강버스가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1일 14회 운항하는 일정으로 출발했다. 다만,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라는 계획과 달리 운항 노선에서 김포는 빠졌고,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송파구 잠실까지 7개 선착장(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을 운행하기로 했다.

운행 소요 시간도 서울시 설명과는 차이가 컸다. 애초 서울시는 마곡에서 잠실까지의 편도 소요 시간을 75분 미만(급행 54분)이라고 소개했으나, 실제 운행 시간은 일반 127분, 급행 82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래서일까. 서울시는 지난해 한강버스의 구체적인 운항 계획을 발표하며 ‘잠실~여의도 단 30분 주파’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운항 시작 후에는 속도보다 여유로움을 강조하는 듯 ‘일상에 쉼표를 찍다, 서울 쉼표 한강버스’라는 문구로 홍보 중이다.

운행 과정에서는 갖가지 문제가 터져 나왔다. 첫날부터 화장실 변기 오물이 역류하고, 운항 3일 차였던 지난 20일에는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증가해 운항을 임시 중단했다.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하루 뒤 정상적으로 운행됐지만, 22일에는 방향타 고장으로 승객들이 긴급 하차했다. 같은 날 운항을 준비하던 중 전기 계통 이상으로 1시간가량 수리를 시도하다가 끝내 승객을 하차시키고 운행을 중단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으로 회항했으며, 28일에는 출항 준비 중 선박 2척에서 정비가 필요한 사항이 발견돼 2척만 운항하는 것으로 일정을 급변경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29일 시민 탑승을 10월 말까지 한 달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설명은 “운항 초기 최적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 전기적 미세 결함 등 오류”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예정된 실패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강버스 운행 중단에 더불어민주당은 “안전보다 보여주기를 우선시한 졸속 행정의 민낯”이라고 지적했고, 진보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도박”이라고 직격했다. 한강버스 출범 전부터 사업의 타당성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서울환경연합도 “시민의 안전과 편의, 한강의 본래적 가치보다 시장 개인의 치적과 보여 주기식 성과에 집착한 오세훈표 졸속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문제는 한강버스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에 대해 자신이 1기 임기 때부터 추진해 온 핵심 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의 “정점”이라고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기 임기를 시작한 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2.0 버전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한강 주변에 대관람차와 케이블카(곤돌라) 설치 등 대규모 전시행정성 계획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사업 초기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문제일 뿐이며, 수상택시의 경우와도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상택시는 민간사업자의 예약형 소형 수상교통이고, 한강버스는 전기 하이브리드 대형 선박 중심의 순환형 노선 교통”이라며 “사업 목적, 규모, 운영 방식, 기술 구조, 재정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한강버스의 시범운항에 대해선 “오세훈 시장의 지시로 선장, 운항 책임자 등 의견을 들어 무승객 시범운항을 결정하게 됐다”며 “10월 말까지 시는 승객 없이 한강버스 일일 운항 횟수에 맞춰 왕복 및 우회하는 등 여러 속도와 움직임을 점검하며, 선박별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고 날씨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9일 서울 강서구 한강버스 마곡선착장 인근 셔틀버스 승강장에 한강버스 시범운항 전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한 달간 한강버스에 승객 탑승을 일시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한다. 2025.9.29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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