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의 ‘환승제 탈퇴’ 협박, 매년 수백억 지원해도 반복되는 이유

가까스로 환승제 탈퇴는 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시민사회도, 정치권도 “이 기회에 공공버스로 나아가야”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요금 인상과 환승 손실금 보전 확대를 요구하며 대중교통 환승체계에서의 이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료사진) 2025.5.22 ⓒ뉴스1


최근 대중교통 환승 체계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서울 마을버스 업체들이 지난 2일 밤 서울시와 합의하면서 기존 입장을 거둬들이고 환승 체계에 남기로 했다.

그간 양측은 재정지원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100%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마을버스가 환승 체계에 들어와 손해를 보고 있으니 서울시가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이미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난색을 보여왔다. 팽팽한 입장차 끝에 서울시는 재정지원 확대를, 마을버스 업체들은 운행 질 향상을 약속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사태는 수습됐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하다. 마을버스의 운영난도, 환승제 탈퇴 예고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마다 서울시가 마을버스의 공공성을 감안해 수백억원의 적자 지원금을 투입하더라도, 이도 부족해 마을버스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두 해가 지나면 어김없이 적자가 늘어나 이를 메우기 위해 투입되는 시 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민영제 구조를 놔둔 채 재정지원만 확대해 나간다면, 매번 도돌이표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마을버스 운영 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말 환승제 때문에 적자인 걸까
마을버스 환승제 탈퇴 논란의 핵심은
코로나19 종식에도, 마을버스 요금 인상에도
여전히 막대한 재정지원금 투입


현재 서울시에는 140개의 마을버스 업체가 있다. 이들이 모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에 ‘대중교통 환승통합 합의서 협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 조합은 2004년 7월 대중교통 환승제가 도입된 이후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환승제로 인한 손실금이 매년 평균 1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마을버스 요금은 1200원인데, 승객이 환승할 경우 마을버스에 정산되는 금액은 요금의 절반 수준이며, 환승 횟수에 따라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준공영제로 전환된 서울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여전히 민영제로 남아있다. 민영제에서는 이익도 손해도 모두 업체의 책임이지만,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감안해 서울시는 적자 업체에 대해 일정 금액을 보전하고 있다. 이 지원 금액의 기준이 되는 게 운송원가(재정지원 기준액)다.

서울시와 조합은 매년 운송원가를 정한다. 운송원가란 마을버스 1대를 하루 동안 운영할 때 들어가는 비용인데, 이 운송원가보다 수입금이 낮은 적자 업체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의 금액을 보전한다. 지난해 운송원가는 48만 6,098원이었고, 이보다 수익이 낮을 경우 1일 1대당 23만원까지 지원해 왔다. 이렇게 들어가는 예산은 올해 기준 412억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조합은 서울시에 이 운송원가를 50만9,720원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올해 운송원가를 조합의 요구보다 많은 51만457원으로 인상했으며, 내년도 운송원가를 정할 때도 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운행률 향상과 신규 기사 채용 등이 확인될 시 보조금 증액 등 추가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최근 7년간 서울시의 마을버스 지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마을버스 재정지원금은 ▲2019년 192억원(59개사) ▲2020년 350억원(100개사) ▲2021년 430억원(112개사) ▲2022년 495억원(118개사) ▲2023년 455억원(105개사) ▲2024년 361억원(91개사) ▲2025년 412억원(96개사)이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재정지원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지만, 2023년 코로나19 종식이 공식 선언되고, 그해 마을버스 요금 역시 기존 9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됐음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7년간 서울시의 마을버스 재정지원액과 연도별 마을버스 운행현황 ⓒ서울시 제공


조합의 주장처럼, 마을버스 적자의 ‘주범’은 정말 환승제일까. 교통정책 전문가인 공공교통네트워크 김상철 정책본부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김 본부장은 “기존에 줄인 배차나 영업 거리 등은 회복되지 않았다. 2023년 요금을 인상했는데도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상이 된 요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을버스를 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교통의 경우 더 많이 공급될수록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마을버스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과 비교할 때 시내버스 이용 시민 수는 93%로 거의 회복된 반면, 마을버스의 경우 72%에 불과했다. 2019년 노선별 마을버스의 일평균 운행 횟수는 128회 일 승객수는 117만명이었지만, 2025년에는 각각 97회, 84만명으로 줄었다. 2023년 요금 인상 이후에도 오히려 노선별 운행 횟수는 24%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가 지난 8월 마을버스 노선 운행 현황과 재정지원 등을 점검한 결과, 업체가 등록한 내용과 달리 첫차와 막차 시간을 준수하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는 등 임의 운행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더욱이 시에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니라 차고지에 세워둔 미운행 차량을 포함한 등록 대수로 신청한 업체도 있었다.

서비스 개선 전제로 한 지원금 증액으로 충분할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위해 공영제 등 다양한 체계 도입해야


이번 합의로 서울 마을버스를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대중교통의 특성상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건 불가피하지만, 이 막대한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강한 마을버스를 지금처럼 민간업체에만 맡겨두고 시는 재정지원에만 나선다면, 시민들의 이동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김상철 본부장은 “재정지원금이라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치에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서울시의 대책은 매우 소극적”이라며 “이게 1~2년 사이 나온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되는 갈등인데, 서비스를 개선하면 그 부분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달래기 식의 방식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의 마을버스는 제도에 의해 독점적인 사업권이 부여됐지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사업자다. 그런데 이 독점적인 사업자가 사업권은 유지하면서 시민의 발을 볼모로 협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영 체계를 다양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결국 문제의 핵심은 서울 마을버스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해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운영 체계는 (마을버스가) 적자임에도 업체는 늘어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민영제라는) 단일 사업 형태로 돼 있는 마을버스 산업의 구조를 정확히 진단하고, 공공 마을버스 형태나, 마을조합 방식 등 다양한 운영 형태를 서울시가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달 23일 논평을 통해 “140개 업체, 1,630대 차량 규모의 마을버스를 더 이상 탐욕에 찬 민간업체에 맡겨둘 수 없다. 단순한 보조금 확대가 아니라 서울시와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고 공영 운영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마을버스 공영화 논의를 시작해 마을버스부터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버스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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