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일상 뒤에 가려진 시린 상처와 찬란한 존엄, 영화 ‘세계의 주인’

영화 ‘우리들’, ‘우리집’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오는 22일 개봉

영화 '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이미지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타인이 특정 질환이 있거나, 뉴스에 나온 유명 인물이거나, 어떤 특별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그를 쉽게 판단해 버린다. '저 사람은 이럴 거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만일 타인이 특별한 환경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면 어떨까? 어쩌면 평범이라는 언어로 그들 삶 너머에 있는 상처와 존엄을 모른 채 지나갈지도 모른다. 판단의 잣대도 한 가지 일지도 모른다.

영화 '세계의 주인'이 그랬다. 영화 속 주인공인 주인이는 10대 청소년이다. 관객이 처음 맞닥뜨린 주인이의 삶은 평범 그 자체다. 동생을 불러 집안 청소를 같이 하고, 봉사 활동도 하고, 남자친구를 사귀고, 태권도도 열심히 한다.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쾌활함과 활기도 갖고 있다. 주인이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기 보다 오히려 성실하고 평범한 고등학생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 무탈해 보이는 삶에 변곡점이 드러나는 지점이 발생한다. 바로 같은 반 친구 수호가 진행한 서명 운동을 통해서다. 거의 전교생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데, 주인이만 거부한다. 수호가 서명 운동 동참을 위해 쓴 글에 틀린 부분이 있어서란다. 그러면서 날린 주인이의 '한 마디'가 교내를 술렁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쏟아지는 친구들의 각양각색 반응은 우리가 얼마나 누군가의 상처에 관해 얄팍하게 이해하고 예단해 버리는지 보여준다. 주인이를 둘러싼 교내 분위기는 발랄함에서 어딘가 미적지근함으로 바뀌어 버린다.

영화 '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이미지

동시에 영화는 주인이에게 배달되는 의문의 쪽지를 통해서 주인이의 시리고 아픈 상처와 일상의 존엄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슬프면서도 빛나게 담아낸다. 쾌활하고 평범한 고교생 얼굴 뒤에 가려진 무거운 쓴 맛을 영화는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담아내려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주인이지만, 주인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호흡은 영화를 더욱 꽉 찬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수호와 수호의 어린 동생, 주인이 곁을 지키는 엄마, 주인이에게 연락을 할 수 없는 아빠, 주인의 친한 언니 미도의 사연 등이 그렇다.

후반부를 달려갈수록 주인의 세계가 세계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연신 북받친다. 그 자리에서 깔깔깔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며 일상을 지켜 나가는 것만으로도, 주인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극장을 나서면서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한 온기와 함께 무언가가 단단하게 성장한 느낌이 든다.

윤가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서수빈, 장혜진, 김정식, 강채윤, 이재희, 김예창 등이 출연했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세계의 주인'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이미지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