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속 피하다 희생된 25세 베트남 여성 노동자

28일 대구에서 출입국사무소의 미등록 노동자 단속을 피하려다 베트남 국적의 25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단속을 나오자 공장 내부에 숨어 있던 해당 노동자는 몰래 공장 펜스를 넘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불과 2주 전에 일을 시작했다.

당국은 경북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명목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2월 5일까지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APEC 회의와 이주노동자 단속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그간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체포·구금한 사례가 빈번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울산에서 이주노동자 50여명을 체포해 수갑을 채워 이송했다. 지난 6월 충주에서는 25명의 이주노동자가 신분증 미소지를 이유로 연행됐다. 이러다 보니 이주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단속을 피하다 희생되는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인천에서도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사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뒤 여러 차례 이주노동자 인권 보장을 강조했다. 7월 전남 나주에서 이른바 ‘지게차 결박’ 사건이 벌어지자 “차별과 폭력은 중대한 범죄고, 인권 침해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또한 “관과 민을 불문하고 외국인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 행위, 인권침해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UN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모두가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국민이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 쇠사슬에 묶여 범죄자 취급을 당한 노동자들의 모습에 분노했다. 우리 곁의 이주노동자들도 다르지 않다. 공장은 물론 특히 농업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고용돼 일하는 이들을 몇몇 요건을 이유로 불법이나 범죄로 단정해선 안 된다. 또한 어떤 경우라도 인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강압적 행정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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