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새벽 배송 금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기사들의 수면시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는 안을 제안하자 보수 언론과 경제지에서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수입을 이유로 반대했고, 여기에 한 전 대표가 참전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일 SNS를 통해 새벽 배송 금지는 많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것이며, 새벽 배송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근로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의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미 몇 차례 발표된 적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던 때 권익위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87%가 노동환경 처우개선을 위해 배송 일정이 늦어져도 괜찮다고 답했고, 2024년 10월 조사에서도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고려할 때 새벽배송의 필요성에 대해 65.8%가 '불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국민 다수가 생활의 편익과 노동자의 건강권 중 후자에 더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새백배송 금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근로복지 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야간 시간대 사망으로 산재보상을 신청한 건수가 1,424명이고 승인받은 노동자 수는 총 790명이었다. 충격적인 결과다.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 운전·배달 종사자였고, 청소·경비, 건설, 제조 순으로 집계됐다. 상위 4개 직종이 차지하는 산재 사망 비율이 80.5%였으며,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중에는 66.1%가 4대 직종 종사자였다. 배송뿐 아니라 상위 4대 직종으로 범위를 넓혀 야간노동 관련 규제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전 대표는 야간이나 새벽에 일하는 일이 새벽 배송만이 아니라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의 새벽 개장, 편의점의 24시간 개점, 야간 경비 업무 등 다른 수많은 야간, 새벽 근무 업종도 금지하게 한다는 거냐고 반문했지만, 장차 이런 업무에서도 야간노동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을 것이다. 엉뚱한 이야기를 들어 방향을 뒤집으려는 건 잔재주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야간노동 규율 신설’을 채택해, 야간노동 관련 최소 휴식 시간 법제화, 최장 노동시간 및 연속 근무 일수 제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국회에도 일일 근로시간 상한과 11시간 연속휴식제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