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진짜 진실일까. 아니면 우리가 진실이 아님에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일까.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진실이 얼굴을 뒤바뀌는 모습으로 관객을 긴장과 혼돈에 빠뜨린다.
배우 정려원의 7년 만에 영화 복귀로 주목받는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스릴러 영화다. 작품은 폭설이 동네를 덮어버린 어느 날 아침, 피투성이가 된 은서를 싣고 병원에 도착한 도경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도경은 은서를 자신의 언니라고 부르면서 횡설수설한 진술을 늘어 놓는다.
바로 이 지점부터 관객은 '범인은 누구인가'에 골몰하게 된다. 넋이 나간 듯 앞뒤가 안 맞는 진술을 털어 놓는 도경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다 가도, 이렇게 범인이 쉽게 밝혀질 수 없다면서 또 다른 추리를 하게 된다. 이 지점에선 다른 스릴러물과 궤도가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영화는 상영 시간을 더해가면서 극도의 긴장감, 호기심, 혼란을 가중시킨다. 관객이 예상했던 판도를 계속 뒤집기 때문이다. 관객의 예상이 좌절을 겪을 때마다 관객은 긴장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동시에 관객 입장에선 한 가지 사건 혹은 한 가지 진실과 관련해 다양한 작가적 상상력도 경험할 수 있었다. 진실이란 얼굴이 어떻게 기괴하게 구겨 질 수 있는지,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매우 단순한 줄거리인 것 같지만 영화에 볼륨을 키우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다. 작가이자 조현병 환자 도경 역할을 맡은 정려원은 정신 착란이라는 허술함과 치밀함이라는 뾰족함 사이를 오가며 입체적인 도경 캐릭터를 완성해 나간다.
여기에 경찰 현주 역할을 맡은 이정은 배우는 상영 시간 내내 묵직한 무게감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주조연 배우들 모두 손발을 척척 맞춘 앙상블로 영화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번 영화는 JTBC 드라마 '검사내전', '로스쿨', '눈이 부시게' 등에서 조연출 및 공동연출을 맡았던 고혜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지난 29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