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하던 이주노동자 추락사에 한 의사가 남긴 말 “그들은 죽으러 오지 않았다”

“매년 사상자 발생함에도 폭력적 단속은 계속, 단속 위주의 이주민 정책 중단하고 공존할 대책 세워야”

지난달 28일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숨진 20대 여성 이주노동자의 영결식. 고인의 가족들은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 페이스북

“그들은 죽으러 이 땅에 오지 않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20대 여성 이주노동자가 추락사한 일이 벌어진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을 무료 진료해 온 의사가 남긴 글이다. 

1일 김동은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날 치러진 고인의 영결식을 전하며 이같이 적었다. 

김 국장은 “그는 부모님이 일하고 있는 한국 땅에 와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 준비 중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애쓰다 겨우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해 일을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라며 “법무부는 적법 절차를 준수해 단속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늘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언제 단속반이 공장이나 숙소에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물론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영장도 없이 강제로 단속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러나 단속을 한다면 돌발 상황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안전 장치를 단속 전에 충분히 갖추는 것 또한 당국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단속에서 추락사고 등에 대비한 ‘에어바운스’ 등 안전 장비를 설치했는지, 응급 환자 발생에 대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폭력적 단속’으로 그동안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죽거나 다쳤다”라며 “2018년 5월, 25살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는 단속 과정에서 7.5m 공사장 아래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고 18일 만에 사망했다. 급히 한국으로 달려온 고인의 아버지는 사망 전 아들의 장기를 한국인 4명에게 기증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당시에도 당국은 피해자가 공무집행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추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안전 확보를 위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관련자 징계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주노동자 단속 중 과도한 강제력 사용 등 적법 절차 위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단속 과정에서 반복되는 인명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영장도 없이 진행하는 단속의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했다”며 “그러나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고, 2019년 1월 태국에서 온 29살 이주노동자가 강제 단속 과정에서 또다시 공장 아래로 추락해 갈비뼈 골절에 따른 간 손상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김 국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매년 1~3명 이상의 사망자와 10~2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폭력적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를 보며 우리는 분노했지만, 우리나라 당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의 폭력성이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국장은 “우리가 꺼리는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며 땀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의 제조업은 버틸 수 있을까”라며 “우리 먹거리의 70% 이상은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밥상에 올라오는데 우리는 그들을 이렇게 대해도 될까”라고 반문했다.

김 국장은 “이제는 단속 위주의 이주민 정책을 중단하고 이 땅에서 이주민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을 급습해 공장 주변을 에워싸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출신 25살 여성 이주노동자인 A씨가 공장 건물 3층 높이 좁은 공간에 몸을 숨겼다가,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사망 전 동료 노동자에게 ‘너무 무서워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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