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을 정점으로 이른 바 '외교 슈퍼위크'가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윤석열 정부 시기에 악화됐던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는데, 이는 국제적 현안들이 양국 관계를 저해하는 것을 막자는 뜻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 대립하지 않는 '실용'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외견상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모두 무난히 마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쟁점들은 여전하다. 한중정상회담에서도 한국 측은 북한 비핵화 구상에 중국이 힘을 실어줄 것을 원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회담 직전 북한은 "비핵화는 개꿈"이라면서 한중 간의 대화를 견제했다.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무시하고 한국의 요청에 응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동맹도 중국으로서는 불편할 문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이 그렇다. 일단 중국은 이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고 한국의 제안대로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관계 개선을 해나가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 주석이 직접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문제의 잠재적 폭발성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면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더구나 미중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로 중국과 미국 모두와 잘 지낸다는 '실용'의 기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도 반기고, 중국도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의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은 국제정세의 커다란 변혁기다. 이런 시기에 전략을 미리 확정하고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닐 것이다. 최대한 균형을 잡고 시간을 벌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긴 힘들 것이다. 중장기적 전략 방향을 마련하고 국내적 합의를 일구어나가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