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3일 오전 11시 50분쯤 한강버스가 여의도 선착장에 접안하는 과정에서 '쿵' 소리를 내자 놀란 관계자들이 나가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 ⓒ민중의소리
“위험해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네”
(쿵!!) “어휴, 깜짝이야”
3일 오전 11시 50분쯤, 여의도 선착장 입구에서 한강버스가 접안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쿵’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한강버스가 선착장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굉음과 함께 선착장도 흔들렸다. 선착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도 놀라서 선착장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살폈다. 보통 선착장에는 선박과의 충돌을 대비해 완충용 범퍼가 설치돼 있는데, 물살 때문에 범퍼가 아닌 다른 곳에 충돌한 것으로 보였다. 접안이 완료되고, 한강버스 측은 별일 아니라는 듯 승객들의 승·하선을 안내했다. 안전요원은 “살짝 부딪혔다”면서 승선을 안내했다.
괜찮은 걸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강버스는 올해 3월 정식운항을 시작한다고 했다가, 미뤄지고 미뤄져 9월 18일에서야 정식운항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정식운항을 시작한 당일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 인기가 심상치 않다”면서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운행 열흘 만인 9월 29일부터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했다. 운항 도중 잦은 고장이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무승객 시범운항’ 기간에도 안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됐다.
지난 10월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대상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시장은 “다행스럽게도 무탑승 시범운항 동안 별다른 고장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잔고장, 기계적인 것은 몇 가지 있었지만 운행에 지장이 있는 일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오 시장의 답변만 들어보면, 그동안 별다른 사고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며칠 뒤, 시범운행 기간 동안 5100kg에 높이 2m에 이르는 철제 부표와 정면으로 충돌한 사고가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천준호·전용기·송명수·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9일 ‘한강버스 사고 발생 및 사고 은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가)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되었다면 오 시장이 작정하고 사고를 은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고는 10월 17일 오후 8시 40분께 망원 선착장 앞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선박 사고 보고서에 적힌 원인은 “부표의 야간 등화 작동 불량으로 육안으로 부표 존재를 인식하지 못해 충돌”이었다. 앞으로도 야간에 부표가 육안으로 안 보이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일까?
해당 철제 부표 상부가 확연하게 찌그러진 사진이 찍혔는데도,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시민불안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경미한 접촉”이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31일에서야 정식운항 재개 관련 브리핑에서 시범운항 기간 동안 부표 충돌 건 포함 3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이실직고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3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보험사 ‘주식회사 한강버스 사고보고서’에 따르면, 정식운항 전인 지난 5월 16일 시운전 중인 한강버스가 선착장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알루미늄 선체 하부가 찢어졌다. 선체 하부가 찢어진 사진도 공개됐다. 추정 손해액은 7250만원이라고 한다.
이 역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고 사례로, 국정감사 기간에도 보고되지 않은 사례다.
앞서 지난 10월 20일 국토위는 서울시 국정감사 현장에서 3월~8월 시범운항 기간 동안 발생한 고장·사고 이력을 요구했는데, 해당 사례는 서울시 답변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서울시가 고의로든 실수로든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은폐 의혹이 다시 나오자, 서울시는 3일 “과다한 업무를 긴급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출받은 자료 내 해당 사고 사실 누락 사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여 발생했다”면서 고의적인 은폐가 아니라 “단순 누락, 업무 실수”라고 해명했다.
한강버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를 믿고 이용해도 괜찮은 걸까?
한편, 3일 여의나루역 근처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전 11시 53분에 탑승한 한강버스 112호는 12시 37분쯤 마곡 선착장에 접안했다. 선박 탑승 시간만 여의도에서 마곡까지 약 45분 정도 걸린 셈이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속도는 하이브리드 선박보다 전기 선박이 조금 빠르다. 속도는 20노트까지 나오지는 않고 15~17노트 수준이며, 마곡에서 잠실까지 “2시간 7분” 걸린다. 현재 한강버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여서 출근용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한강버스 사업비로는 1500억 원 가량 투입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하루 5500명이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연간 운항 수입이 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연간 운영비 200억 원의 25% 수준이다. 나머지는 선착장과 선박에서 판매하는 음식·음료 수익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3일 낮에 여의도 선착장에서 탔을 때 탑승객 수는 25명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