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농구 코트 위에서 휠체어끼리 정신없이 부딪히고 우당탕탕 쓰러지기도 한다. 마치 전차를 탄 전사들의 전쟁터 한 장면 같다. 그렇게 휠체어를 타고 농구코트를 거침없이 달리던 선수는 긴 팔을 쭉 뻗어 농구 골대 속에 공을 던져 넣는다. 골대가 춤추듯 흔들린다.
영화 '달팽이 농구단'은 휠체어 농구단의 숨막히는 승부를 담았다. 일반 농구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관객들은 휠체어 농구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내 어느 스포츠 못지 않게 뜨겁고 열정적인 휠체어 농구에 빠져들게 된다.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겨루는 통합 스포츠다.
주인공은 프로농구 1세대 스타인 이상우다. 그는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지만 뇌종양 수술로 앞길이 막막해진다. 그런 그에게 협회는 제약회사 실업 농구팀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그는 지금껏 1승을 해보지도 못한 휠체어 농구팀의 지도를 맡게 된다.
상우는 어떻게 해서든 팀의 1승을 따려고 한다. 이를 위해 그는 프로농구 최고 스타 최명을 어렵게 영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 내외 상황은 팀 승리와는 먼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영화에서 빛나는 순간은 상대팀을 무너뜨리기 위해 느리지만 똘똘 뭉쳐가는 팀원들의 모습이다. 그닥 큰 의지도 열정도 없던 팀원들은 어려운 순간 마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열정과 체력을 다진다.
영화 '달팽이 농구단' ⓒ스틸컷
상우 역시 장애가 있는 선수들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면서, 비장애인 농구와 장애인 농구의 차이도 이해하게 된다. 그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팀원 한사람 한사람의 상황을 헤아리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팀은 더 단단해진다. 조금씩 레벨업 해 나가는 팀원들의 모습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영화는 99도씨 물처럼 점점 더 뜨거워진다.
'달팽이 농구단'은 '코트 위의 여우'라고 불리면서 1980년대 실업농구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했던 故 이원우 감독과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대회 금메달을 거머쥔 故 한사현 감독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 속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선이 녹아 있긴 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보단 스포츠인들의 치열함, 열정, 좌절, 의지 그리고 격렬한 코트 위의 현장을 격렬하고 뜨겁게 담아내려 했다.
고은기 감독은 '달팽이 농구단' 기자간담회에서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종목이고 그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저희 영화는 장애인들을 향한 편견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스포츠인으로서 나와 상대팀이 싸워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달팽이 농구단'은 철저히 스포츠 액션 영화로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우 박호산, 박경서, 서지석, 이노아, 허건영, 육진수, 김종성, 박길은, 오성훈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오는 11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