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여성노동자 뚜안(가명) 씨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정부동단속반 30여 명이 공장을 급습하자 몸을 피하고서 친구에게 보낸 온라인 메시지다. 그녀는 큰소리치는 단속반의 목소리와 잡혀가는 이주노동자의 비명 때문에 숨쉬기 어렵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30명이 넘는 단속반은 사전 고지도 없이 이주노동자로 보이면 체류 비자가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연행했다. 미란다원칙도 없었으며, 무기도 없는 그들은 수갑을 채워 잡아갔다. 이주노동자 40명의 명단이 있는데 한 명이 모자란다고 큰소리쳤다. 뚜안은 숨었지만, 제조업에서는 일할 수 없는 비자라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8일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숨진 20대 여성 이주노동자의 영결식. 고인의 가족들은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 페이스북
이번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질서를 잡겠다며 ‘25년 2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을 68일간 계획했다. 여전히 미등록이주노동자들 사회 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인간 사냥하듯이 단속하고 추방하는 것은 오래됐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행정적으로 비자가 초과되었거나 비자에서 명시된 일이 아닌 경우든 행정적 위반일 뿐이지 범죄가 아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은 정부의 이주노동정책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비자에서 명시된 일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정부는 체류 자격을 일자리와 연동해 제한한다. 복잡해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지만 노동은 넘는 게 힘들다. 때로는 ‘돈 때문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당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태어난 곳을 떠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국경을 넘는 수많은 이유에는 경제적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받기도 한다.
올해 5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비자 시스템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증가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며 체류 안정성 보장과 불법체류자 표현의 사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그 권고는 무시된 채 정부합동단속이 계속되고 있다.
꿈도 펴지 못한 스물다섯의 꿈
스물다섯의 뚜안 씨의 부모 모두 이주노동자다. 그녀는 2018년 한국에 입국해 대구 계명문화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경영학을 전공했고 올해 2월 졸업했다.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공장에 취업했다. 더 이상 부모에게 생활비로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뚜안 씨의 남자 친구는 말한다. 결혼 계획이 있었지만 뚜안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좀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결혼 계획도 세우려고 했다고, 대학원 다니려면 학비도 내야 하는데, 일을 못 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이렇게 무너진 청춘들의 일상과 꿈이 서글프다. 아니 또 어딘가에 단속추방으로 무너질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아른거린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한 이주노동자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포함되지 않냐고? 대통령이 말한 노동자 안전에는 단속하다 죽는 일은 예외인 것이냐고? APEC이라는 국가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한두 명쯤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물론 혹자는 윤석열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이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위한 수갑 등 단속 장비를 점검하던 때보다는 낫지 않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과거처럼 공연장이나 교회를 급습하지는 않지 않았으니 양호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숨길 수 없는 것은 여전히 ‘토끼몰이식 단속’은 그대로다.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단속이 가진 기본적 인권침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들이닥쳐 함부로 체포하고, 살던 짐도 챙기지 못하고 친구나 가족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추방하는 것이 인간사냥에 다름 아니다.
민주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국정과제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7.15. ⓒ뉴시스
우리 사회가 말해야 할 것, 이주노동자의 목숨도 소중하다!
그녀를 죽게 한 2차 정부합동단속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다. 평등과 정의를 바라는 우리는 말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라고.
누구든 삶이 그렇듯 노동의 경로도 일직선이 될 수 없다. 원하던 일을 사정이 생겨 못하게 되기도 하고, 생계 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왜 이주노동자에게만 ‘정해진 비자에 맞게 일하라’고 강요하며 체류권을 제한하는가. 비자로 노동을 제한하려는 것은 결국 값싸게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려는 정부와 기업의 욕망 때문이 아닌가.
자본이 원하는 것이 ‘노동력’일지라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에서 뗀 노동력만 사용할 수 없단 것을 이제 정부도 사용자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자유로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이주노동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당장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가장 나중으로 미뤄둔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앞에 둘 때 정주민도 이주민도 모두 존엄하게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