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며 불로소득을 축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난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2대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자산 평균이 19억 5천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 2천만 원)의 약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비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 상위 10명의 평균은 165억 8천만 원을 기록했다. 국회의원의 20%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이며, 45%인 134채가 서울, 특히 강남 4구에 61채가 집중됐다. 국회의원 299명 중 95명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임대하고 있었다. 최근 정부의 고위 공직자도 다량의 부동산 보유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역대 모든 정부는 ‘부동산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국정운영의 주요 목표로 세제, 금융, 공급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투기 억제에 성공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서울 지역을 필두로 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폭등을 거듭해 왔다. 경실련의 ‘정권별 서울아파트 시세분석’(2025.6.25.발표)에 따르면 최근 22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3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4.3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비강남 가격 격차는 2.6억 원에서 22.1억 원으로 무려 10배 확대되었다. 지속된 주택가격 상승에 서민들의 주거권은 위협받고 지역 격차와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고가, 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할 경우 정책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개인의 위선 문제가 아니라 입법·감독 권한을 가진 공직자가 임대시장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구조도 문제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 10.15부동산 대책 발표 뒤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경실련이 부동산 백지신탁제 추진을 촉구한 데 이어 진보당은 고위공직자 대상 '거주 목적 1주택' 외 모든 주택을 처분하도록 하는 부동산 백지신탁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3년 전 첫 대선 출마 때 “고위공직자가 집 두 채 갖고 집값 내리겠다고 하면 누가 믿나?”라며 “고위공직자는 부동산도 백지신탁 해서 투기를 못 하게 확실히 막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여러모로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할 적기가 아닌가.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주거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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