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5일 "노동자의 죽음을 대가로 한 편리함은 지속될 수 없다"며 쿠팡의 새벽배송으로 인한 과로사를 예방할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제안한 '초심야 시간(0시~5시) 배송 제한' 조치를 지지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택배노조의 이러한 제안을 두고 "보수 언론과 기업을 중심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노동자의 건강권 요구를 폄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일부 언론이 택배노조의 제안을 '새벽배송 전면금지안'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노조의 제안은 초심야시간(0시~5시)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를 운영해 긴급한 새벽배송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민의 편의를 유지하면서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자는 합리적 방안"이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배송 중단'이 아니라, 죽음을 멈추자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사측과 보수언론은 심야 배송이 중단되면 상당수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숨은 노동' 과 과로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려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기업이 주장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최초 스캔 시각부터 배송 완료 시각'만을 기준으로 한다. 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물품 분류 작업(평균 2.6시간과 프레시백 수거 및 세척(평균 56분) 등 무급 노동을 포함하면 실제 근무 시간이 주 60시간(고용부 과로 기준)을 초과한다"며 "이는 노동시간을 은폐하여 과로사 위험을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현대자동차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했지만 일자리 감소는 없었다는 점이 택배노조 주장이 정당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주간 물류 대란' 우려는 심야 노동에 의존한 비효율적 물류 시스템이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기업은 물류 시스템을 주간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배송 인력을 충분히 늘려야 하며, 새벽 배송 기사를 주간 인력으로 전환하거나 추가 고용해 물량 분산 및 배송 속도 유지를 도모해야 한다"며 "인력이 충원되면 기사 한 명당 배송 물량이 줄어들고, 주간 배송의 질이 높아지고 민원이 감소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국제 기준으로도 금지된 '연속 고정 야간노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쿠팡의 새벽배송은 저녁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 5~6일 연속 고정야간노동이다. 그런데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2A)로 분류했으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야간작업은 연속 3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과 영국 산업안전청(HSE) 역시 '지속적인 야간근무를 피하고, 2~3일 이상 연속 근무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질병관리청 및 세브란스병원 연구에 따르면, 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약 1.6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쿠팡의 새벽배송은 배송기사 건강에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쿠팡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정부는 규제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021년 모든 택배사가 서명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는 분류작업의 원청 책임, 야간노동 최소화, 장시간 노동 제한이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쿠팡은 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회수 등 본래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는 즉시 쿠팡의 불법적 고용 구조를 감독하고, 연속 고정야간노동 금지, 야간노동자 건강검진 의무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등 공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택배노동자가 내일도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사회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의 편리함은 노동자의 잠, 건강, 생명을 대가로 유지되고 있다. 배송이 몇 시간 빨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내일도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사회"라며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죽음 위에 세워졌다면, 그것은 문명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의 퇴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편익이 함께 지켜질 수 있도록, 심야노동 제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라며 "정부와 기업은 이윤이 아닌 생명을, 속도가 아닌 존엄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