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 당선,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기득권 카르텔을 무너뜨리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11월 4일 밤(현지시간) 시장 선거 당선파티에서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편집자주

85% 개표 결과, 민주당 후보이자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조한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이 뉴욕시장 선거에서 50.5%를 얻어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8) 전 뉴욕주지사(41.4%)를 제치고 승리했다.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는 7.3%에 그쳤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이자 미국 정치의 상징인 뉴욕에서 정치 경력 4년의 무슬림 청년이 3선 주지사 경력과 유대인 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은 거물을 꺾은 것이다. 1969년 이후 처음으로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진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기득권이 이념과 입장을 넘어 얼마나 단단히 손을 맞잡는지 기억해야 한다는 자코뱅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Zohran Mamdani Provoked a Bipartisan Meltdown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는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남긴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진보 진영에서도 상투적이고 낡은 구호로 치부될 때가 많다. 자유주의자들은 대부분 이 말을 단순하고 극단적인 사고의 전형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정치란 본래 선과 악, 좌와 우 등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는 수많은 회색지대 속에서 타협과 조정으로 이루어진다며 말이다.

물론 그 말이 맞을 때도 있다. 사람도 제도도 언제나 복잡하다. 그러나 세상을 단순화한 이 격언이 가장 정확하게 들어맞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지난봄 여론조사에서 조한 맘다니가 급부상하자 그를 막기 위해 좌우를 막론한 세력이 결집했다. 《뉴욕포스트》부터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까지, 평소 상극 같던 언론사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빌 애크먼, 마이클 블룸버그, 부동산 재벌 로널드 라우더 등 억만장자들도 같은 편에 섰다. 이들은 외부 단체를 통해 4,000만 달러(약 560억 원)가 넘는 자금을 퍼부었다. (이건 2021년 성추문 스캔들로 사임하고 이번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맘다니에게 패배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 진영이 직접 쓴 1,200만 달러(약 170억 원)와는 별개다).

민주당 지도부마저 맘다니 반대 전선에 적극 가담했다. 뉴욕 출신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까지 줄줄이 나섰다. 질리브랜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기 당의 공식 시장 후보가 ‘세계적 지하드’를 언급했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공공연히 내세운 스티븐 밀러와, 2020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 당시 켄테 천을 두르고 동참했던 자유주의 정치인들이 손을 잡았다. 이스라엘 로비의 주축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반명예훼손연맹(ADL)도 물론 함께 했다.

이건 단순한 연대가 아니다. 기득권 전체가 손잡은 야합이었다. 미국 양당 엘리트 체제의 도덕적 부패가 이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맘다니가 이끄는 운동은 이 막강한 세력과 맞서며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것은 단호했고, 품격이 있었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정치 현장을 지켜봤지만 이렇게 활기차고 즐거운 다원적 연대를 본 적 없다. 맘다니 캠프는 서민의 삶을 중심에 둔 진보적 민중운동으로 뉴욕이 품은 세계시민적 개방성과 다인종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늘 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위한 이 긍정적이고 끈질긴 싸움, 민주주의 자체를 향한 찬가와도 같은 이 운동을 정치권과 언론은 끝내 ‘위험하고 폭력적인 세력’으로 몰아세웠다는 사실을.

때로는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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