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한 뒤, 여러 서비스업에서 일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였다. 월급에서 4대 보험료가 자기부담금은 공제되었는데 회사가 내야 할 4대 보험료는 미납된 것을 보고는 '다시는 서비스업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1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국세청 콜센터에 지원했다. "공공기관이니까 임금체불이나 4대 보험 미납은 없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입사하고 보니, 국세청 직원 아니고 하청 직원이고, 1년마다 회사가 바뀐다고 했다.
그동안 다녔던 회사와 달랐다. 공공기관 콜센터인데 비정규직이라니. 임금도 기본급과 식대를 모두 합쳐도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수당도 없었고, 식대 10만 원으로는 밖에서 사 먹기 어렵다. 대부분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주문하는 게 편의점보다 저렴하다.
2022년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었던 시기였고, 입사 1개월 만에 센터 내 코로나 1호 확진자가 되었다. 입사교육 때 코로나는 공가라고 했다. 그런데 총괄센터장이 말을 바꿨다. 무급휴직이라고 했다. 국세청 하청 직원이라서 공가를 받을 수 없는 건가? 그러면 내가 무급휴직이면 다른 상담사분들도 똑같은 무급휴직이 될 것 같아 노조가 있다는 걸 듣고 연락을 했다. 지회장님이 본사에 직접 소통해서 해결해 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 혼자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공공·민간 부문 콜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민간위탁 구조 속 중간착취 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일반노조 모두의 콜센터지부 결의대회 25.09.30 서울노동청 앞 ⓒ필자 제공
세무 공무원이 할 일을 대신하는데, 임금은 민간 하청 수준
국세청 콜센터 상담사는 납세자에게 세금의 기초개념부터 복잡한 세무 문제까지 안내한다. 단순 민원 응대가 아니라, 상담사가 법령을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 전문 행정업무다. 세법이 바뀔 때마다 전문교육도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국세청이 직접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다. 1개의 센터인데 민간 하청업체가 3개로 나눠 운영하는 위탁 콜센터다. 예전에는 팀마다 회사가 달랐다고 한다. 국세청이 위탁업체에 사업비를 줄 때 인건비는 최저임금 기준으로만 책정된다. "세무서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는데, 국가는 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상 '민간 위탁 공무원'이다.
친절보다 중요한 건 정확함인데...평가는 '빡빡', 보호는 '허술'
콜센터 상담은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감정노동이 뒤따른다. 무례하거나 폭언을 하는 납세자도 많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데 왜 이래', '국세청 직원이 이런 것도 몰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국세청 직원 아니고 하청 직원입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요구로 폭언 응대 매뉴얼이 바뀌어 이제는 한 차례 경고 후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장의 변화는 미미하다. 상담사 보호보다 '친절도 평가'가 더 중요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감정 노동자 보호 매뉴얼은 허술하고, QA(품질평가)는 너무 빡빡하다. 존칭어를 썼는지, 목소리 톤이 친절한지를 점수로 매긴다. 국세청 상담사에게 필요한 건 '친절함'이 아니라 '정확함'이다. 우리는 매월 업무테스트와 통화 시간, 통화량으로 평가받는다. 성과급은 상대평가로 지급되기 때문에, 절반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근무 4년 차지만 올해 월급이 세후 200만 원 언저리이다.
용역업체와의 교섭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입찰계약서 계약금액(용역비)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하므로, 실질적 임금 결정권은 국세청에 있다. 임금, 근로조건, 직접고용, 고용승계, 예산 반영, 인력 배치 등 용역업체로 해결 불가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3자협의회(국세청, 노동조합, 용역업체 3자 간 소통창구)를 통해서 계속 묻고 요구했다. 언제까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업무는 바뀌지 않는데 왜 우리가 회사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계약한 하청업체의 노동자로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지. 2021년 4월 19일 노동조합이 창립된 후 1년 6개월 만에 밀실 결정으로 민간위탁 유지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 심층논의 대상자이었음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국세청에 노동조합이 요구하면 권한이 없고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매년 말한다. 근데 예산 편성안을 작성하는 것은 국세청이 아닌가? 처음부터 예산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해놓고 다른 부처 탓을 하고 있다. 지속적인 노동조합의 요구로 2년 단위 계약, 장기근속 휴가,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쟁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청 노동자의 그늘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2·3조가 개정이 되어서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국세청콜센터지회 노동자 2023년 7월 5일 세종시 국세청 앞에서 처우 개선과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는 총파업 집회 ⓒ필자 제공
국가가 만든 '최저임금의 덫'
공공기관의 필수업무를 맡고 있지만, 국세청 콜센터 상담사들은 여전히 민간 하청 노동자 신분에 머문다. 여성 집중 산업이라는 이유, 서비스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편견이 더해져 임금은 구조적으로 낮게 고정돼 있다. 청년들이 콜센터를 기피하는 직종으로 생각하는 건 그만큼 대우를 못 받는 이유도 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절실하다. 국세청은 상담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도 용역회사 뒤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원청을 상대로 우리의 고용안정과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민간부문 콜센터의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