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정집단 모욕 처벌 추진… 혐오를 자유라 부르지 마라

해외선 ‘혐오 표현 금지’가 민주주의의 기본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에서 열린 자유대학 주최 혐중시위 모습. 2025.10.03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특정 국가·인종 등 집단을 향한 모욕 발언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혐오를 방치해온 현실을 바꾸자는 취지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혐오 표현은 과연 자유의 일부인가, 아니면 인권을 훼손하는 폭력인가.

최근 혐중 집회를 비롯해 특정 국가나 인종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과 욕설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 등이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양 의원은 “현행법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피해자가 특정 개인일 때만 적용돼, ‘중국인’, ‘동남아인’, ‘이주노동자’ 등 집단 전체를 향한 혐오 발언에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이 허점을 악용한 집단적 혐오 조장 행위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가 일상이 된 광장… 혐오는 자유가 아닌 폭력


지난 10월 3일 개천절 혐중 집회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짱개송’을 부르며 “짱개, 북괴,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꺼져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정원 화재나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하는 등 허위사실도 난무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 발언은 현행 형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집단은 ‘법적 피해자’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오 발언을 방치한 셈이다.

이번에 발의된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이런 법률상 허점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특정 국가, 국민, 인종 등에 대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형법 제307조의2, 제311조의2)을 신설하고, 집단 특성상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즉, 피해 집단의 고소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국민·인종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공연히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혐오 발언 처벌 두고 정치권 공방


법안이 발의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며 반발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나 수사기관이 ‘명예훼손 발언’이나 ‘혐오 발언’을 임의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중국 비판도 처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이충형 대변인도 6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특정 국가나 국민을 모욕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냈다”며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든 외국 정부든 비판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지적해도 처벌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노총의 반미 시위에는 눈감고, 반중 시위는 징역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국민의 입을 검열하겠다는 속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정말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것인지,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문 대변인은 “이 법안이 겨누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거짓과 혐오로 타인을 짓밟는 언어의 폭력”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인격을 훼손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방패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특정 인종을 향한 공포를 조장하고, ‘중국인 의료·부동산 쇼핑 방지법’ 같은 낙인찍기 법안을 내세워 차별과 혐오를 정치의 무기로 삼았다”며 “혐오를 자유로 포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품격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혐오 발언 처벌은 국제적 추세


 혐오 발언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 보호를 위한 민주주의적 장치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이미 1965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ICERD)’을 채택하며 “인종, 피부색, 혈통, 민족적 또는 민족적 기원에 기반한 증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표현을 금지”하도록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일본 신주쿠(新宿)의 신오쿠보(大久保)에서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이 국기와 포스터를 들고 반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헤이트 스피치 범죄를 규제하는 법안을 지난 2016년 제정했고, 이후 관련 범죄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뉴시스


아울러 세계 각국은 이런 증오 혐오 발언을 법률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 찬양이나 인종적 증오 발언을 형법 제130조(Volksverhetzung)에 따라 최대 5년 징역에 처한다. 프랑스는 인종, 종교, 성별,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증오 발언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 또는 4만5천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Public Order Act(공공질서법)’에 따라 인종적 증오나 성적 지향,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을 범죄로 규정한다.

혐한 집회와 발언이 난무하던 일본도 2016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해, 재일 외국인을 향한 폭력적·모욕적 발언을 공공장소에서 금지했다.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은 2010년대 초반 혐한 시위가 일본 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만들어졌다. 한국인 뿐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그 자녀에 대해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법안 통과 이후 일본의 각 지자체에서도 조례를 통해 헤이트 스피치 해소를 적극 지원했다. 때문에 일본에선 법 시행 이후 헤이트 스피치 건수가 60% 이상 감소했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의 자유’로 변질될 순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그것이 ‘혐오의 자유’로 변질될 수는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타인의 인격권과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

양부남 의원은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발언은 개인의 존엄을 파괴하고 사회적 약자를 침묵시키는 폭력”이라며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혐오 발언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조장하고, 때로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위험한 행위다. 해외에서는 이를 ‘헤이트 크라임(hate crime)’, 즉 증오 범죄의 출발점이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혐오를 옹호하는 것은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혐오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할 의견이 아니라, 사회를 파괴하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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