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리뷰]가정폭력 피해자 내면에 현미경을...영화 ‘맨홀’

맨홀 속에 누적되는 폭력의 상처를 담다…오는 19일 개봉

영화 '맨홀' ⓒ스틸컷 이미지

가정폭력의 그림자를 내면에 품고 사는 사람의 심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누구는 모르는 척 덮어둔 채로 살 수도 있겠고, 누구는 가해자를 이해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며, 다른 누구는 암덩어리를 안고 사는 것처럼 욱신거리는 상태로 살 수도 있다.

한지수 감독의 영화 '맨홀'은 가정폭력을 겪은 주인공 선오의 깊은 내면에 현미경을 댄다. 선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선오는 혼란스럽다. 선오의 아빠는 소방공무원으로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람들을 구하고 사망했다. 국가는 아버지를 영웅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오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누나와 자신을 학대하고, 엄마에게 잔인한 폭력을 가한 가해자일 뿐이다.

그런 선오와 누나에게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유일한 피난처가 되어 준 것은 맨홀이다. 아버지가 집안에서 난리 치는 날이면 남매는 맨홀에 들어갔다. 맨홀은 폭력을 피해 숨어든 쉘터이자 남매의 아지트가 됐다. 폭력의 상처와 추억이 동시에 깃든 곳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누나는 맨홀에 관심을 잃었다. 동시에 누나는 아버지의 가해에 관한 기억도 '불쌍한 사람이 그런 것'으로 이해해 넘겨 버린다.

반대로 선오는 맨홀에 자신의 물건들을 계속 비치한다. 가해의 기억이 더이상 선명해지지 않더라도, 학대의 기억과 상처는 세포처럼 선오의 피와 살에 새겨진 듯 하다. 게다가 엄마와 누나가 아빠의 가정폭력을 두둔하는 행동은 선오의 심연을 더욱 탁하고 어둡게 만든다.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청소년의 삶과 마음 속에 거대한 맨홀을 품고 사는 피해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그 줄타기 속에서 폭력의 상흔은 모습을 드러내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숨길 반복한다.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해선 안 될 일이 발생한다. 폭력의 또 다른 결과물을 맨홀에 방치한 채 선오는 누나에게 이야기 한다. "맨홀에 아주 중요한 걸 두고 왔어, 같이 가지러 가줄래?" 맨홀에는 아버지의 유품과 선오가 두고 왔다는 것이 누적돼 있다. 폭력의 상처와 결과물들이 쌓여 있는 깊은 수렁텅이 맨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맨홀'은 박지리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맨홀'을 원작으로 했다. 한지수 감독은 원작 속 인물 심리의 깊이를 긴장감 있게,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풀어 냈다.

배우 김준호, 권소현, 민서, 박미현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맨홀' ⓒ스틸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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