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종묘 방문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박물관장 등이 함께 했다. 2025.11.10. ⓒ뉴시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를 직접 방문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고층 재개발 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따졌다.
김 총리는 이날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등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종묘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건물을 지으면) 앞을 완전히 막아버린다"며 "40층까지 짓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리는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게 되겠다. 여기 와서 보니 놔두면 기가 막힌 경관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세운4구역 높이 계획 변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고시에 따르면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청계천변 145m로 변경됐다.
김 총리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종묘 인근을 개발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최근 김건희 씨가 종묘를 마구 드나든 것 때문에 국민께서 모욕감을 느끼셨을 텐데 지금 또 이 논란으로 국민 걱정이 크신 것 같다"며 "서울시에서 얘기하는 대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을 지금 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깊은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앞서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도 "종묘가 수난이다. 상상도 못했던 김건희 씨의 망동이 드러나더니, 이제는 서울시가 코앞에 초고층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며 "서울시의 초고층 계획에 대해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게 짓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 역행하여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적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며 "최근 한강버스 추진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총리는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현 문화유산법)과 충돌하는지 여부를 다룬 대법원판결은 특별법으로 관리되는 세계문화유산 코앞의 초고층 건물 건축에 관련한 모든 쟁점을 다루고 있지 않다"며 "오늘 종묘 방문과 함께,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보완 착수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문화, K-관광, K-유산의 관점에서 이번 사안을 풀기 위한 국민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겠습니다"며 "문화강국의 미래를 해치는 문화소국적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종묘를 방문한다는 김 총리를 향해 "가신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시기를 권한다"며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종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종묘를 위한 일인지 냉정한 눈으로 봐주시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며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종묘를 가로막는 고층빌딩숲'이라는 주장 또한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며 "녹지축 양 옆으로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종묘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작 이 내용은 무시한 채, 중앙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대화하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