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통치권을 행사하는 조치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이 헌정 질서 위에 서게 되는, 민주주의의 극단적 예외다. 그런데 윤석열 씨는 내란 사건 재판에서 “군을 강압적으로 동원한 적 없다”며 계엄 참여를 군인들의 ‘자율적 판단’으로 돌렸다.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조차 무너뜨리는 비상식적 발언이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사건 1심 재판에서 방첩사 양승철 중령은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출동 명령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항명죄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증언했다. 군인으로서 불법임을 알면서도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상부로부터 강압적 명령은 없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법적 검토를 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군의 간부가 부당한 출동 명령을 따른 것이 합당한지는 차치하고, 윤 씨의 변명은 계엄 상황의 명령 체계와 군의 복종 구조를 모른척하며 명백한 강제를 자발로 둔갑시키는 궤변이다.
이런 태도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윤 씨가 했던 ‘12·3 비상계엄은 경고성 조치였다’는 주장과 닮았다. 실제 병력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출동했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는 시도까지 했음에도 ‘경고성 계엄’이라며 불법성을 전면 부정했다. 이번에는 ‘군이 자발적으로 계엄에 참여했다’는 더 기괴한 논리를 들고나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계엄은 그 자체로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 행위이며, 따라서 ‘자발적 참여’란 개념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자신의 명령으로 출동한 군인들에게 ‘자발적’이라는 핑계를 대며, 처벌과 책임을 떠넘기려는 치졸한 작태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민의 자유를 위협한 최고 권력이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한다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윤 씨는 변명과 책임 전가를 멈추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이, 다시는 권력자가 계엄과 폭력을 개인적 도구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