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현수막’ 길거리 범람...이 대통령 ‘칼’ 빼 들었다

이 대통령 “혐오 발언은 추방해야 할 범죄”...국무회의서 생중계 토론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1.11. ⓒ뉴시스

정당 활동 보장이라는 취지 아래 도를 넘는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이 길거리에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장치를 속히 마련하고, 또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당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뿐만 아니라 정당법에 의해서 허용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에 적극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을 만들고 있다고 하더라. 길바닥에 막 걸려 있는, 정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을 당에서 건 거라고 철거를 못한다고 하더라"며 "최초의 입법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악용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얘기에 의하면 그게 무슨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2022년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이 대폭 늘어났다.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8조(적용배제)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 설치할 경우'라는 문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따라 정당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최대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최소 요건만 충족되면 교통사고 위험 등에 노출되지 않는 어느 곳이든 설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행 정당법도 정당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한다.

그런데 이를 악용해 정치적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는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까지 마구잡이로 걸리고 있어 오랫동안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저도 지방자치단체장을 해 봤는데 그 현수막이 정말로 동네를 지저분하게 만든다"며 "정당이라고 이런 현수막을 아무 데나 막 달게 하는 게, 지금 법률로 허용돼 있는데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물론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법 같기는 한데, 이렇게 악용이 심하게 되면 개정을 하든지 (법 조항을) 없애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당이라고 아무 데나 막 달 수 있게 하는 법으로 만든 거 아니다. 그 법을 없애야 한다. 일종의 특례, 특혜법으로 만든 거 아니냐"며 "옛날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 원래 허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당법에 혐오 표현은 할 수 없다거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에 위배되는 현수막은 달 수 없다는 정도로 하면 충분히 입법은 가능해 보인다"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말에는 "그건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치적 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하며 아예 해당 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혐오 표현 삭제 의무 조항도 같이 병행 입법돼야 한다"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말에 "좋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명예훼손, 모욕을 하면 당연히 배상·처벌 사유인데, 이를 방치한 포털도 책임을 배상 책임을 진다는 판례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방치를 하고 있다"며 관련 입법 검토를 주문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형법 제307조1항)에 관해서도 폐지를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혐오표현 처벌을 위한 형법 개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만약 하게 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를 이번 기회에 동시에 폐지하는 걸 검토하라"고 밝혔다.

이어 "있는 사실을 이야기한 걸 가지고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건 민사로 해결해야 할 일 같다"며 "형사 처벌할 일은 아니고, 집시법 개정과 형법 개정 문제는 신속하게 하면 될 거 같고, 독일이나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서 시간 걸리지 않고 빨리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는 법무부가 '혐오 발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정성호 장관은 우선 "최근 시위 과정에서 혐오적 발언이나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법무부는 경찰청과 함께 국회 입법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혐오 표현 처벌을 위한 형법 개정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독일, 프랑스와 같이 형법에 명예훼손, 모욕죄의 특례를 신설하면 지금보다 혐오 표현을 보다 용이하게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혐오 대상의 범위는 각 국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상이하므로 혐오의 대상을 국가 인종에 한정할지, 종교, 성, 장애 등 다른 요소까지 확대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법무부에서 출범한 '형사법 개정 특별위원회'에서 이 쟁점을 1차 과제로 선정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혐오 조장 관련 법인 형법이나 집시법 등으로 형사 처벌된 외국인에 대해 강제 퇴거 및 입국 규제를 할 수 있도록 출입국 사범 처리 기준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국외에서 대한민국을 혐오하는 표현을 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입국 규제 조치를 선제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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